[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9회 - 금기2 -
2018. 7. 31. 19:07
충격과 실망 배신감을 느낀 경선이는 며칠을 끙끙 앓다가 회사도 결근하고 엄마를 찾아간다. 준희 힘들고 아프게 만들지 말라고 말한다. 그거까지는 감당 못한다면서... 경선이는 이미 알고있었다. 두 사람의 연애가 순탄치 않고 많은 상처와 아픔을 남길거라는 것을...
여기서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 준희 어머니는 2004년 2월에 돌아가셨고 2003년 말에 준희가 수능을 봤으니까 드라마의 시간적 배경 2015년을 맞춰보면 준희는 31살. 진아는 준희가 언급했듯이 35살이다.
준희가 수능을 보자마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재혼 후 두 사람을 버리고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 어머니가 살아계실때도 여자문제로 속을 썩이다가 사별 후 6개월만에 딴 여자와 살림을 차려 나가버렸다. 경선이는 이 때부터 준희 뒷바라지를 위해 꿈을 접고 악착같이 돈을 벌러 다녔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경선이가 혼자지만 야무지고 생활력이 강해보이는 것이다. 물론 아버지의 여성 편력 때문에 사랑에는 손사래치는 사람이지만... 경선이도 알고보면 참 딱한 사람이다. 준희 진아 시집 장가 잘 보내서 행복하게 사는게 소원 이라더니 두 사람이 연인이 되면서 꿈은 완전히 산산조각난다.
결국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충격과 배신감에 경선이는 말을 쏟아낸다. 진아는 준희랑 헤어지고 니맘 풀릴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거냐고 그래도 도저히 못보겠다면 어쩔수 없구나 받아들이고 니 인생에서 빠져주면 되는거냐고 묻는다. 뭘 그렇게 잘못했냐며 되묻는 진아. 미워하는게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이 죄냐고 묻는다. 준희를 좋아하는데 니 동생이라고 멈칫한적 없다고 말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널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그러니까 여기까지 왔다고 준희만 봤고 준희만 보였다고 담담하게 할말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이기적이다. 그래서 난 차라리 솔직한 진아가 좋다. 타드라마처럼 아닌 척 꾸미지 않고 우리들의 모습을 너무나 많이 닮아있는 이기적인 진아가 너무 좋다. 마치 현실세계의 캐릭터처럼 살아움직여 보였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게 아닌가 한다. 사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다 그렇다. 그래서 소름끼치게 불편하고 일부 시청자들은 욕하면서 떨어져 나갔다.
진아의 진심을 듣고난 경선이는 울먹이면서도 그런 진아를 이해해줄 수밖에 없다. 준희와 승호 못지않게 두 사람 역시 진한 친구사이이다. 그러나 서로의 마음이 아픈건 어쩔수 없는 일이다. 경선이는 충격과 실망과 배신감에 아파했고 진아는 미안함에 아파했다.
경선이가 받은 상처에 울먹이는 진아.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솔직하게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택했지만 이기적이고 상처주는 자신이 속상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나 많이 닮아있는 진아를 사랑한다.
그러나 어쩌겠나. 친구가 그렇다는데 이해해줄 수 밖에. 설득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진아 엄마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경선이와 준희 모두 엄청난 상처를 받는다. 결국 준희와 진아는 헤어지고 둘은 소원한 친구사이로 남는다.
아침일찍 경선이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준희를 만난 진아는 반가움에 진한 키스를 나눈다. 그런데 낯선 동네주민이 불쑥 끼어든다.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장소가 그들만의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와 공유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을 때도 집앞에 찾아가서 소란을 피울때도 심지어 키스를 나눌 때도 제3자가 일상속에 불쑥불쑥 끼어든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두 사람의 특별한 사랑에만 집중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관찰자의 시점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이해하도록 만든다. 일종의 거리두기인 셈인데 이는 드라마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담장너머 걷고 있는 두 사람을 멀리서 롱테이크 한 컷으로 길게 담아낸다든지 고정된 카메라를 두고 멀리서부터 걸어와서 앵글에서 사라지게 한다든지 이렇게 시청자로 하여금 멀리서 두 사람을 조망하게한다.
준희가 집에 와있다는 소식을 듣고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달려가는 진아. 금기를 스스로 넘어 집으로 간다. 집에가면 끝판대장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 타이밍 좋게 두 사람은 꿇어 앉아있고 승호가 늘 입에 달고 말했듯이 엄마는 졸도하기 일보직전이다.
9회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모든 가족이 알게되기까지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두 사람의 연애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온다. 차마 입에 담지못할 말들을 주고 받으며 가족 간에 엄청난 상처들을 남긴다. 그럼에도 진아 준희 어느 한 인물에 감정이 이입되는 것을 철저하게 배격하고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해야만 우리는 드라마의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나는 그런 시선을 처음부터 유지해서 그런지 두 사람이 많은 고통을 받을 때에도 그들을 관찰하고 조망하면서 울고 웃으며 즐거움이 끊이질 않았다.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destiny213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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