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10회 - 부모 -
2018. 9. 16. 12:07
진아와 준희의 연애를 알게된 엄마는 큰 충격을 받고 이미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있었던 애먼 승호를 두들겨팬다. 진아는 엄마가 준희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자 화가나 엄마와 크게 싸우고 속상해 운다. 엄마는 술에 취해 속없는 소리를 해대는 남편한테 달려 들다가 미끄러져 팔 깁스를 하게됐다.
진아는 예전에 자신이 병원에 있을 때 준희가 하는 행동들을 봐뒀다가 엄마를 알뜰살뜰 챙긴다. 같이 병원에 왔지만 남자들은 멀뚱멀뚱 쓸모가 없고 진아가 엄마를 수발든다. 재밌는 것은 진아네 뿐만아니라 병원에 온 다른 가족들 역시 딸이 부모를 알뜰살뜰 챙기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딸의 미래와 집안을 생각할 때 사랑보다는 조건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엄마. 그 신념이 옳다고 믿으며 남편을 흔들고 경선이 가게에 까지 찾아가 준희를 위하는 척 모진 말을 쏟아냈다. 소름끼치는 연기였다.
10회에서부터 이제 본격적으로 회사내 성추행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기 시작한다. 무기명이라고는 하지만 글씨체를 알아본 정영인 부장. 설문조사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두 사람을 불러내 증거 수집을 지시한다. 여자쪽에서 모은 증거와 남자쪽에서 모은 증거를 비교해 그 과정에서 숨겨진 가해자들이 자수를 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내 성추행 같은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데 무척 신중하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는 정영인 부장. 역시 여자의 입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높은자리에 오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여직원들 대상 설문지를 빼돌렸다가 정영인한테 제대로 걸린 최중모. 남자쪽 증거를 수집해오면 무마해준다는 정영인의 말을 듣고 어쩔수 없이 스파이 노릇을 한다. 꼬투리가 제대로 잡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증거가 모아지면 동료나 상사가 짤릴지도 모르는데 본인의 생존을 위해서 영혼이라도 팔 기세다.
제일 불안한건 남호균 이사다. 승진을 미끼로 강세영을 슬쩍 회유한다. 승진시켜주고 싶은데 성추행 문제로 사내 분위기가 뒤숭숭해서 특별히 챙겨주기도 힘들고 나중에라도 신경써주려면 자신의 위치가 안정되어야 한다는 말을 에둘러 한다. 소름돋는 부분은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강세영의 입을 통해 말하게 한 점이다. "(여직원들 분위기) 상황 파악해 보겠습니다." 어떻게든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한다.
강세영은 나중에 앞장서 여직원들을 회유한다. 피해자로 낙인찍혀 불이익을 당하면 누가 손해냐며 분위기를 흐리고 찬물을 끼얹는다. 진아가 파주 물류창고로 좌천되고 홀로 재판을 받게한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진아 입장에서는 최악의 동료였던 셈. 직장내에서는 본인의 이익을 위해 양심을 파는 인간들이 없지 않다.
아빠는 진아와 마주앉아 부모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준희의 성장배경 등을 언급하며 진아를 설득시키려 노력한다. 그러나 진아 입장에서 준희는 한없이 따뜻하고 고운 사람이다. 준희는 진아에게 온 마음을 쏟아냈고 사랑을 가르쳐줬다. 진아를 가장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아니라고 말하는 아빠. 왜 아니냐며 어떻게 아니라고 할 수 있냐고 되묻는다. 나한테 실망해도 할 수 없다며 자신도 부모한테 실망했다고 말한다.
결국 결의 차이만 있을 뿐 부모의 마음이란 비슷한 것이다. 이렇게 세대의 입장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부딪히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른들의 사고방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다. 조건 좋은 남자들은 매번 진아한테 상처만 주고 떠나갔는데 준희를 만나 진아가 얼마나 행복한지 부모는 모른다. 그런 남자들을 만나 진아는 불행했다. 마지막회에서 준희를 다시 마주쳤을때 조차도.
진아의 부모님까지 연애사실을 알게되자 수년 만에 아버지한테 전화를 거는 경선이. 간만의 전화인데도 성가신듯 몇마디 던지고는 전화를 끊어버린다. 한동안 말을 못잇다가 경선이는 서럽게 울었다. 본인의 행복을 찾아 자식을 버린 무책임한 아버지의 전형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중에 그런 아버지가 진아를 너무나 마음에 들어하고 아들을 진심으로 응원해준다.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destiny213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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