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5회 - 목소리 -

2018. 7. 2. 20:33



준희가 집에 오라고했더니 아침일찍 눈 뜨자마자 달려간 진아. 왠지 속마음을 들킨것 같아 부끄러워 머뭇거린다. 그런 그녀를 잡아 끌어주는 준희. 이제 둘만의 공간에서 그들은 달콤하고 뜨거운 사랑을 나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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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출장에서 식사와 이후 접대자리를 피했다는 이유로 불려간 진아. 그런데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달라진 진아의 태도에 당황하는 이사와 차장. 그러자 뭐 다 알아들으면서 딴소리냐며 질책한다. 진아는 슈퍼바이저로서의 업무에 충실했고 그 외의 것들은 업무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크게 당황한 이사는 오히려 공철구를 나무란다.
진아는 너무 많이 변했다. 준희와 진짜 사랑을 하기 시작한 후부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고 사랑하게됐다.

공철구는 뭐가 불만이냐고 진아에게 따져 묻고 이를 옥상에서 지켜보던 준희가 다가가 떼어내 준다. 이어지는 씬은 매우 흥미롭다. 뭐 때문에 그러냐고 이유가 뭐냐고 준희가 묻는다. 그런데 진아는 이때 귀마개를 하고 있다. 그렇다. 회사내 문제는 준희가 관여할 수 없는 온전히 진아가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다. 힘들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피하거나 도망치는 순간 불명예를 안고 평생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귀마개는 소통의 단절을 의미하는 장치로서 회사내 문제는 진아 스스로가 감당해야할 몫이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이 드라마가 담고있는 이런 디테일에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아까 그 변태같은 자식 회사에 발도 못 붙이게 해줄까라고 준희가 묻는다. 그러자 진아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내가 얼마나 용감해졌는데, 다 이길 수 있어. 어떤 멋진 남자가 날 지켜주거든." 진아는 준희 너만 내 옆에 있어 준다면 용감하게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Stand by your man'(그 사람 곁에서 힘이되어 주세요) 

경선이가 진아한테 남자 소개시켜 줄까 하는 말에 발끈 하는 준희. 화를 참지 못하고 누나의 집을 나서 집으로 가버린다. 당황한 진아는 준희를 따라 나선다. 안그래도 혹시나 관계가 들킬까 노심초사 했던 진아는 내기한 대로 5만원을 달라고 한다. 이렇게 준희는 감정이 앞서 뻔히 지는 내기를 한다. 그러니 믿음이 갈 리가 없다.

진아를 택시 태워 보내는데 준희는 택시기사 면상 살피기 바쁘다. 경선이가 이상하게 쳐다보자 급 당황한 진아는 끌어안고 수습하기에 바쁘다. 티 안내기로 약속해 놓고 준희는 또 저러고 있다. 택시 타고 가면서 진아는 앞으로 내기는 절대 안한다고 말한다. 어차피 진아가 이기는 내기. 준희는 감정에 매우 충실한 사람이다.

밤길을 걸으며 꽁냥꽁냥 하는 모습을 35초 분량의 롱테이크 한 컷으로 담아냈다. 마치 담장 위에서 두 사람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철저하게 제3의 입장에서 두 사람을 관찰하게 만든다. 한국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도 이런 촬영기법을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드라마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 드라마는 이렇게 관찰자 입장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그 가치를 새롭게 느낄 수 있다. 최선이라고 생각한 행동과 말이 상대방한테는 더 큰 상처와 오해를 낳을 수도 있는 것. 사람은 그렇게 미완성인 채로 모순을 안고 살아간다. 진아라는 캐릭터가 욕을 많이 먹었던 이유는 이러한 우리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이 매우 불편해했다.

회식자리에서 조직의 기강해이를 언급하며 상명하복의 예절 운운하는 꼰대들이 여기있다. 여직원들이 회사를 위해서 다소 불쾌한 자리라 해도 기꺼이 감내해야 하는거 아니냐는 말을 에둘러 한것이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조직 어디에나 있고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한다.

준희는 진아의 전 남자친구가(이규민) 보낸 꽃바구니을 들고 그놈을 찾아간다. 보자마자 바닥에 패대기 치고는 꽃바구니을 던져버린다. 준희의 단순하고 감정적인 반응들이 때로는 통쾌함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이 그런 준희를 사랑한다. 나역시 그런 준희가 좋다.

그놈의 노트북에서 진아의 야릇한 사진을 발견한 준희는 그자리에서 박살내고 하드디스크를 아령으로 찍어버린다. 물리적으로 하드를 파손시켜 영원히 복구하지 못하게끔 만드는 방법이다. 작가가 누구신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디테일까지 신경썼다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또 이렇게 리얼하게 연출해주신 감독님께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CCTV로 준희가 꽃다발을 가져간걸 확인한 진아는 통화를 시도하지만 어쩐일인지 계속 연락이 안되고 걱정스런 마음에 준희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런데 갑자기 경선이가 들이닥쳐 갇히고 말았다. 준희 딴에는 진아가 신경쓰지 않도록 몰래 처리하는게 최선이라 판단했으나 전 남자친구와의 문제는 진아의 일이기 때문에 상의하거나 최소한 통보는 했었어야 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하다가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다.
진아와 전 남자친구 사이에 준희가 끼어들면 상황이 매번 꼬이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 결과 진아는 좁고 어두운 공간에 갇혀 불안에 떨고 있다. 나중에 꽃바구니 사건은 진아 납치사건에도 영향을 미친다.

봐야 좋을거 없을거 같아서 허락없이 치웠다는 준희. 진아는 이해하고 고맙긴 하지만 준희가 그런걸 보는게 싫은건 마찬가지다. 혼자 보고 말지 준희를 계속 신경쓰이게 만드는거 같다며 속마음을 내비친다.
진아의 전 남자친구 문제는 진아 스스로 해결해야 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준희가 관여되는 것을 불편해한다. 물론 현 남자친구 입장에서 관여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도 있다. 이렇게 두 사람은 나름의 입장에서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최선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내 방식이 옳다고 믿으며 말하고 행동한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대화가 매우 흥미롭다. "근데 왜 오늘 계속 전화 안받았어? 잠수탔잖아." "회사에 바쁜 일이 좀 생겨서. 다음부턴 연락부터 하고 잠수탈께." "안그러기만 해. 복수할거야. 난 아예 없어져버릴거야."
그런데 실제로 나중에 준희 앞에서 사라져버린다.

이제 진아의 밤 외출은 일상이 됐고 달콤한 시간들을 함께한다.
그런데 드디어 위기가 찾아왔다.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destiny213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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