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괄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完

2018. 9. 16. 14:47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 한글원제
제목부터가 아이러니다. 진아는 누나로서 동생 준희한테 밥을 사준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딱 한번 기회가 있었는데 그 마저도 준희가 밥을 샀다. 준희는 오랜만에 처음 만난 그때부터 누나가 아니라 여자로 느꼈고 자신도 더이상 동생이 아니라 남자로 보이고 싶어했다. 물론 연애 이후에는 번갈아가며 밥도 사고 데이트 비용도 대고 했겠지만 이때는 남녀사이이므로 논외로 하겠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지만 밥을 한번도 사준 적이 없는 드라마... 제목이 재치있고 신선하긴 해도 내용 전체를 가로지르는 일관성과 통일성 측면에서 적절했는가는 의문이 남는다.

Something in the Rain - 영어부제
‘비오는 날 우산 속에서 시작되어 완성된 사랑’ 한글원제보다 오히려 의미가 확 와닿는다. 차라리 영어제목을 사용했더라면 드라마가 더욱 빛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줄거리 한줄 요약
- 신호등같은 사랑이 이루어졌다 -

드라마 간단평
- 드라마를 보면서 인생을 배웠다. 한편의 긴 영화같은 드라마였다 -

그 외의 것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대본, 신들린 듯한 연출, 출연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생활연기, 아름답고 환상적인 OST까지... 명품드라마가 갖추어야할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드라마였다. 특히 올드팝이 삽입되어 익숙하면서도 가벼운 요즘 연애 세태에 묵직함을 더해주는 역할을 했다. 우산, 공원, 자전거 등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은 소품을 활용한 연출은 연애에 진중함을 더해줬다.( http://smlounge.co.kr/woman/article/38444 에서 내용 일부 참고)

진아와 준희의 사랑

진아와 준희의 사랑은 이 한 장면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진아를 중심으로 준희가 맴돌면서 가까워졌다 멀어지고, 멀어질거 같으면 진아가 잡으러 다니는 연출에서 난 솔직히 전율했다. 드라마를 끝까지 다 본 시청자들은 내가 묘사한 장면이 무슨 내용인지 머리속에 들어와 박힐 것이다.

진아

진아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유일하게 성격변화를 크게 겪는다. 미련하고 착해빠져서 여러가지 사회적 압력을 당연한 듯 견디다가 준희와의 연애 이후부터는 회사나 집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기 시작한다.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고 지키는 것이 준희를 위하는 길임을 알았기 때문. 한국사회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독립을 선언하고 이후 대응 방법을 준희와 함께 모색해 나가길 원했으나 결정적인 순간 준희는 도피를 선택했고 헤어짐은 필연적이었다.

이 드라마는 ‘진아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준희와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받으며 어른으로 훌쩍 성장했다. 결혼까지 염두에 두고 준희가 그토록 싫어하는 아버지까지 챙기는 마음씨를 보면서 정말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희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랑이 더 깊고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초록우산이 등장하는 장면을 유심히 살펴보면 처음부터 우산을 같이 쓰고 걷다가 갑자기 진아가 우산을 들고 혼자 내달리고 준희가 따라 달려간다. 진아의 마음은 훨씬 저만치 앞서가고 준희는 뒤따라 오는 것이다. 이런 사랑이 있었기에 3년을 뚝심있게 버텨냈고 준희 뿐만아니라 주변사람들까지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기적이라고 욕먹었지만 나는 한국드라마에서 이러한 여성상을 그리는 작품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준희

준희가 진아한테 아낌없이 사랑을 쏟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진아의 사랑보다 더 깊고 크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진아가 변화하고 성장한 만큼 발맞춰 따라가야 했으나 준희한테는 이별의 아픔을 겪는 시간이 필요했다. 마지막회에 이르러서야 준희는 사랑을 다시 확인하고 세상에 당당하게 맞설 용기를 냈으며 진아와 다시 이어질 수 있었다.

금보라

진아의 직장동료이자 친구 그리고 두 사람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까지. 드라마에서 특별히 애정이 가는 캐릭터다.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이 강하고 틀에 얽매애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다. 역시 예상대로 회사를 비교적 이른 나이에 그만두고 제주도로 내려가 자리를 잡았다. 두 사람의 연애를 맨 처음으로 우연히 알게됐고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랐던 금보라. 그녀의 집에서 진아와 준희가 다시 만난 것은 그래서 더 아름답고 애틋하게 느껴졌다.

인간으로 사회를 그리다.

인간사회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사회는 시스템에 의해 운영된다. 시스템은 생존에 유리한 방식으로 효율성과 안정을 추구하며 사람을 틀에 가두고 압력을 가한다.
김미연은(진아엄마)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그 가치관들을 철저하게 몸소 체득한 인물이다. 남편은 은퇴했지만 대기업 임원출신이고 아들은 카이스트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등 자존심과 자부심도 대단하다. 돈, 명예, 권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남자의 조건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준희는 그래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윗감이었다. 진아에게 압력을 가했지만 도가 지나치면 폭력이 되는 법. 결국 딸을 집에서 내쫓고 나중에는 제주도로 멀리 보내버렸다. 

회사 역시 진아한테 불합리하고 부당한 것들을 감내하라고 요구했다. 업무 외적인 부분에 대해 진아가 저항하기 시작하자 멀리 밀어내고 지리한 법정공방으로 몰고가 그녀를 집어 삼키려했다. 오랜 싸움 끝에 승소하고 회사를 떠나는 진아를 보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그려진 탓에 씁쓸하기도 했다. 어쨌든 진아는 대단한 여자다.
이 드라마에서 한국사회의 압력에 대처하는 인물 유형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감내하고 다른데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방관하는 사람들, 준희처럼 도피를 선택하는 사람. 어떤 삶을 택하든 반드시 옳은 것은 없다. 종국에는 그래서 행복한가? 라는 질문만 남는다. 행복하다면 나름의 삶에서 의미를 찾을수 있을테니까... 진아는 긴 시간 외롭고 힘들었지만 소중한 사람을 다시 찾았으니 행복한 삶을 살 것이다.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destiny2135@gmail.com


어린지인 드라마 리뷰

[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16회 - 노랑우산 -

2018. 9. 16. 14:13



준희는 승호 결혼식에 안올수도 있었다. 껄끄러워서 모든 걸 피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진아 부모님 앞에 서서 질지내셨냐고 물으며 친구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김미연(진아엄마) 역시 사람이라면 고마워하면서도 미안함을 느꼈을 터.
이 장면은 매우 중요하다. 아픔을 겪으며 준희도 어른으로 성장했고 진아 부모님을 당당하게 마주하며 진심으로 축하를 건넬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진아의 성장에 발맞춰 준희도 따라왔고 이는 둘의 재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설득력을 부여한다.

지금은 승철이 집이 되어버린 준희의 집. 떠나기 전 그때의 모습과 너무나 똑같은 공간에 발을 들이자 진아와의 옛 추억이 너무나 또렷하게 기억나 힘들어한다.

준희를 막상 보는데 꼭 어제까지 만났던거 같다는 진아. 잠깐 정신줄을 놨으면 아마 덮어놓고 안겼을거 같다며 울먹이면서 말했다. 듣고 있는 금보라 역시 마음이 아프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헤어지는 과정에서 진아는 준희한테 연락을 계속 시도했지만 준희가 철벽을 쳤다는 것. 준희가 진아를 버리고 떠난 것이다.

진아는 여전히 철벽을 치는 준희를 보며 퇴사를 결심한다. 사표를 제출하러 회사에 들렀다. 진아를 옥죄던 회사라는 조직에서 이제는 자유로워졌다.
진아는 지리한 재판에서 결국 승소했고 남이사는 아직도 자기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재판과정은 상처뿐인 영광이었지만 그 과실은 남은 자들의 몫일 것이다. 조직이 그렇게 많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후배들은 전보다 좀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게 되길 기대하면서...
회사를 떠나지만 재판을 마무리하고 떠나는 것과 도중에 피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진아는 단단하고 강한 여자가 됐다.

진아는 제주도로 내려가기로 결정한 후 경선이가 운영하는 책방에 인사하러 잠시 들렀다. 둘은 과거의 절친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소원한 친구사이가 되었다. 진아와 준희가 연애를 하는 순간, 잘되든 그렇지 않든 관계변화를 겪게 된다. 이제 다시는 과거의 절친사이로 돌아가지 못한다.

경선이 책방에서 우연히 마주하게된 두 사람. 어색하게 형식적인 인사 몇 마디 건네다가 진아가 말했다. "쉽진 않겠지만, 예전에 우리 사귀기 전 그때처럼 지낼 수 없을까?" 준희는 절대 예전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진아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오랜만에 마주했지만 감정은 더 또렷해졌기 때문에.

예전처럼 지내자는 진아의 말에 화가난 준희는 술에 취한 채 진아의 집으로 찾아갔다. 진심이냐고 물으며 준희는 감정을 퍼부었다.. "노력하면 계속 버겁기야 하겠어? 곧 익숙해지지 않겠어?”라는 진아의 말에 "못됐다. 정말 드럽게 못됐어."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못됐다는 말에 화가난 진아는 준희를 찾아가 3년 묵은 감정들을 퍼부었다. 준희를 떠나보내고 악착같은 3년을 버텨왔다며 그 지옥같은 시간을 알기나 하냐고 소리쳤다.
한바탕 서로에게 감정을 퍼부었다는 것은 두 사람 다 마음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서로에게 상처줄까봐 애써 눌러왔던 감정들을 상대방이 상처받건 말건 솔직하게 털어버렸더니 이게 오히려 나중에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인생의 아이러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쏟아지자 승철이가 초록우산을 진아한테 건넸고 진아는 빨강우산 초록우산 모두를 버렸다. 과거에 주고 받았던 마음을 이제서야 정리한 것. 과거를 정리해야 또다른 시작을 할 수 있다.

김미연은 제주도로 떠나는 딸을 배웅하러 나와서 미안하다며 말을 건넨다. 딸이 어쩌면 자신 때문에 아직까지 결혼도 못하고 멀리 떠나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엄마의 뜬금없는 “미안하다” 한마디에는 많은 의미가 들어있을 것이다.
철벽 같았던 엄마의 심리적 장벽도 어느정도 허물어졌다. 강하게 부딪혔다면 절대 듣지 못했을 말이다. 시간이 진아 주변 사람들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피하지 않고 세상에 당당하게 맞선 진아가 어쩌면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일까?

제주도에서 자연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진아. 부모의 간섭이 있는 집을 벗어나서 서울로, 이제는 제주도로 멀리 떠나왔다. 부모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드는 쪽으로 사는 곳이 옮겨간다..

음악을 들으면서 이제는 미국으로 떠나려고 짐을 챙기는데 느닷없이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진아 목소리. "준희야 준희야 준희야 나야. 니 핸드폰 갖구 있다가 갑자기 하구싶은 말이 생각나서. 고마워 나를 많이 아껴주구 사랑해줘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사랑을 받게 될 줄 몰랐어. 너는 모를거야 내가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많이 배우고도 있어 사랑은 한없이 아낌없이 한사람만을 위해서 모든걸 쏟아내는 마음이라는거. 그래서 사랑을 할땐 서준희처럼. 준희야 사랑해. 아주많이 아주 오래오래 사랑할게." 아낌없이 사랑을 쏟아냈던 진아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를 듣고 준희는 '용기'를 냈다. 

그러나 진아는 이미 제주도로 떠나고 없고, 텅 빈 방만이 준희를 맞이하고 있었다. 준희는 한번 더 용기를 내기로 했다. 포기하지 않고 제주도로 달려갔다.

(3년 전 진아의 생일, 준희와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그 레스토랑 분위기와 비슷한 장면이 연출된다진아는 준희가 준 목걸이를 한 채 와인을 마시고 있다. 준희가 자신을 향해 아낌없이 쏟아냈던 마음이 진심이었음을 알기에 애써 인연이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절대 버리지 못한 선물이었다. 인연이 아니더라도 그 사랑을 소중히 간직하며 살겠노라는 진아의 마음이다.

금보라와 진아가 사는 집에 갑자기 비가 쏟아져 내리고 진아의 눈앞에 준희가 나타났다. 혼자 비맞고 서있는 준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서 노랑우산을 씌워줬다. 긴 시간 멀리서 다시 돌아와준 준희를 진아의 마음이 따뜻하게 품어준 것. 뜬금 없이 내우산 달라며 땡깡부리는 준희. 서로를 향한 마음은 여전했기에 긴말이 필요치 않았다.

진아를 끌어 안으며 준희는 미안해한다. "내가 다 잘못했어. 미안해. 나 정말 윤진아 없인 못살겠어. 한번만 봐주라"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다시 만났다. 진아가 중심을 잡고 버텨낸 시간들이 있었기에 준희는 용기를 낼 수 있었고 사랑은 다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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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와 준희는 아름다운 저녁 노을처럼 성숙한 사랑을 할 것이다. 때로는 주위를 살피겠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나눌 것이다.
끝.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destiny2135@gmail.com


어린지인 드라마 리뷰

[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15회 - 이별 -

2018. 9. 16. 14:06



준희는 진아가 이사하는데 뭐든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진아는 준희한테 부담을 주기 싫었다. 이미 집 계약을 해버린 상황이라서 준희한테 말을 꺼내려는 순간 대뜸 준희가 회사 그만두는거 생각해 본 적 있냐고 물었다. 준희는 미국지사 근무신청을 했다고 말하며 진아가 더이상 힘들어하는거 못보겠다고 말했다. 실은 본인이 견디기 힘들어 미국으로 도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세상에 대응하는 방식이 갈라지는 순간 진아는 불안과 초조함에 휩싸여 어쩔줄 몰라 하고 있다.

경선이는 준희가 방을 빼면서까지 진아를 도우려고 하자 무슨 꿍꿍이냐며 물었다.(혹시 같이 도망이라도 가게?) 그러자 진아의 대답이 돌아왔다. "싸잡지마" 진아는 애초에 지금 상황에서 준희와 같이 미국에 가서 살 마음이 없다. 그 길은 준희를 위한 길도 가족 반대를 해결하는 길도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진아는 준희보다 자신이 우선이라면서 다 버리고 준희한테 올인 안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연애하면서 해야 되는 일 하고싶은 일 계속 한다는 진아.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며 스스로 나쁜년 되기를 자처했다. 준희와 같이 살면서 등뒤에 숨거나 미국으로 도피하는건 진아가 세상을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경선이한테 상처를 주면서까지 이기적인 자신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준희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으면서 진아는 변했고 절친 경선이 앞에서 본인의 모습을 가감없이 표출했다.
많은 시청자들이 이런 진아를 보며 욕하거나 불편해 했다. 남한테 보여주기 싫은 이기적인 모습을 드라마가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차라리 솔직한 진아가 좋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세상에 대응하는 방식대로 행동하고 말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인물들이 마치 현실에서 살아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윤상기는(진아아빠) 쫓겨나듯 이사가는 딸을 보며 눈물을 터트린다. 그동안 딸이 준희와 연애하면서 받았던 상처들, 부모의 입장에서 어쩔수 없이 말하고 행동했던 모든 것들이 안타깝게 느껴졌을 것이다. 
우리 드라마에서는 아버지가 우는 모습이 두 번(준희아버지, 윤상기)이나 나온다.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든 유교 문화권에서 이들 장면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내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캐릭터들이 워낙 현실처럼 살아 움직여서 그랬을까. 마치 내 아버지가 우는 느낌을 받았다.

유리한 증거를 만들어서 조직적으로 대응하려는 쓰레기들이 여기있다. 살아남기 위해 물불 안가리고 덤비는 인간말종들이다. 본인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은 없다.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할 수 있는건 뭐든 한다.

회사 내 문제는 문제대로 잘 해결해야 되겠지만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는 조경식 대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엄단을 촉구하는 정영인에게 객관성을 잃었다며 호통친다. 조직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대표 답게 소름끼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회사 법무팀 변호사와 미팅을 갖는 진아. 변호사는 만들어낸 증거를 들이밀며 협박한다. 증거를 조작해서 마치 여자한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수작을 부린다. 이에 진아는 적극적으로 대항한다. 조직의 대응과 개인의 저항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진아는 준희가 맘 쓸까봐 몰래 이사했다. 부담을 주기 싫었다. 하지만 준희는 여자친구가 이사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못주는 무능한 남자친구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상의도 없이 이사를 해버린 진아의 방을 보고 분노했다. 진아 입장에서 준희의 방 보즘금까지 받아가며 좋은 집으로 이사가는 건 경선이를 볼 면목이 없는 일이었다. 각자의 입장에서 한 말과 행동들이 갈등을 점점 키우고 있다. 그러면 언젠가는 반드시 터진다.

진아는 생일날 승진했지만 파주 물류센터로 좌천됐다. 회사의 이미지를 고려해 일부 직원들은 승진시키고 진아를 멀리 밀어냈다. 조직의 생리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구는 피해를 입지만 누구한테는 오히려 기회가 되는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진아는 생일날 준희한테 목걸이를 선물 받았다. 준희가 자신을 향에 쏟아냈던 사랑이 진심이란걸 알고있다. 그러나 이별을 직감하고 슬프게 웃는다. 슬프면 차라리 우는게 낫지 참으면 가슴이 미어진다. 준희가 자신의 온 마음이 담긴 목걸이를 남긴 채 떠나려 하고있다. "미국에 가게 됐어. 같이 가." 그러자 진아가 담담하게 말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지금 당장 가자고 해도 따라 나섰을거야. 정말 그랬을거야. 근데 지금의 나는 너무 커버렸어. 서준희가 날 어른으로 만들어놨거든." 진아는 준희의 사랑을 받으며 더이상 미련하게 착해빠진 여자가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여자로 변화했다. 당면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피하는게 아니라 당당하게 맞서는 여자로 성장했다. "정말 안돼?" "미안해"
진아와 준희는 이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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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라는 퇴사 후 제주도에 내려가 자리를 잡았고 진아로부터 동생 승호의 청첩장을 받았다. 2015년 5월 준희와 헤어진 후 약 3년의 시간이 지났다.

3년이 지났지만 진아는 여전히 준희를 그리워한다.

3년 만에 진아와 준희는 승호의 결혼식에서 마주쳤다. 다른 남자 옆에서 불행해 보이는 진아를 보며 준희는 마음이 아팠다. 둘 다 서로를 외면한 채 엇갈리고 있다.
진아는 엄마가 골라준 껍데기 같은 남자들을 만나며 오랜시간 준희를 그리워하며 지냈고 준희 역시 진아를 못잊은 채 애써 인연이 아니라고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며 버텨왔다.
그러나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자 감정은 오히려 확실해졌다.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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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지인 드라마 리뷰

[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14회 - 홀로서기 -

2018. 9. 16. 13:20



진아한테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서 준희는 신호등 앞에 서있다. 녹색 불이 들어와서 건널 수 있는데도 마음이 너무 아파 머뭇거린다.

그런데 이제 빨간불이 들어와서 건너고 싶어도 건널 수가 없다. 진아를 향한 마음이, 준희가 처한 상황이 단 두 컷에 압축되어있다.

준희가 지엄마 빼닮은 모습을 보고 잘 큰 것같아 보기 좋았지만 왠지 자신 때문에 자식의 앞날을 망치는 것 같아 서럽게 울고있다. 자식을 버린 죄로 소식이 궁금해도 애써 무심한 척 했다. 그래도 궁금한건 애비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진아가 경선이 준희 소식을 몰래몰래 전해준다고 했을 때 반가워했던 이유다. 자식이 사랑하는 여자 입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하도록 만들고 나왔으니 몹쓸 애비가 자식의 인생마저 망치는 것 같아 속상해 울고있다.

진아의 부탁을 받고 아버지를 배웅하러 공항에 같이 왔다. 아버지는 준희에게 진아를 선택한 니가 안심이 된다며 두 사람을 응원해줬다. 아버지한테 "고맙습니다."하고 말을 하는 준희. 가장 힘들 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아버지가 진심으로 고마웠다.
진아는 이무렵 결혼까지 생각한 것 같다. 아무리 무늬만 아버지라 할지라도 연애하고 결혼하려면 싫어도 반드시 만나게 되어있다. 진아는 이걸 알고 있었고 배웅하며 가끔씩 연락주시라는 말을 건넸다. 

김미연(진아엄마)은 진아의 적금 통장을 던지며 "갖구 나가"하고 말했다. 진아가 적금 부어달라고 엄마한테 맡긴 돈이었다. 진아는 곧 독립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진아의 방은 이중성을 가진 공간이라고 말했었다. 혼자 있을 땐 편안하지만 부모의 간섭 때문에 불편한 공간. 준희와 함께할 때는 불안하면서도 행복한 공간. 그래서 늘 불안정한 방이었다. 언제고 반드시 나와야만 하는 공간이었다.

경선이는 가슴을 쥐어 뜯는 것처럼 아프다고 준희한테 말했다. 하나 뿐인 누나가 울자 준희는 말못할 아픔을 삼킨다. 준희한테 누나는 엄마같은 존재다. 누나가 대학을 자퇴하고 힘들게 번 돈까지 써가며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없어서 게임회사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참고 버티던 누나가 울음을 터트리자 준희 역시 슬슬 한계에 다다른다.

진아는 사유가 공개된 징계, 가해자 처벌을 원했다. 정영인은 각오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수도 회사에서 나가게 될 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진아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그녀는 만약 불이익이 생기더라도 절대 진아 혼자만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진아는 독립한다는 얘기를 꺼냈고 준희는 쫒겨나는 모양새를 눈치챘다. 왠지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한숨을 쉬며 힘들어한다.

"독립하고 싶어. 혼자 세상에 나가 볼래요." 진아가 독립을 선언했다. 세상에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진아는 '같이 살자'라는 준희의 제안에 이를 냉정하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 말을 진아한테 직접 전해들은 금보라는 깜짝 놀란다. 남자가 어렵게 꺼낸 말을 그런 식으로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금보라는 우려를 표했다.
진아 입장에서 준희와 같이 사는 건 오히려 갈등을 더 키우는 꼴이 될게 뻔했다. 부모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어지고 경선이를 볼 면목도 없어지는 일이었다. 

까발리고 처벌하려는 자, 감추고 덮으려는 자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회사내 성추행 문제는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

준희는 금기를 넘어온 그곳에서 혼자 울고있다. 울고있는 준희를 발견한 진아는 달려가서 꼭 안아준다. 진아의 손을잡고 웃으며 자신있게 건너온 금기였지만 이제 준희는 눈물 흘리고 있다. 진아와 준희의 사랑은 '금기'였고 시련과 고난은 부모의 격렬한 반대로 돌아왔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던 준희가 드디어 진아 앞에서 울고있었다.

준희는 대표와 면담하면서 미국지사에 최대한 빨리 나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대표는 도피성이냐고 물었고 준희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준희와 같이 집을 보러 다녔던 때가 있었다. 환경이 좋으면 집이 비쌌고 집 값이 싸면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그래서 준희는 같이 살자는 제안을 했고 진아는 이를 거절했다. 준희랑 같이 집을 보러다니면 제대로 집을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진아 혼자 집을 보러 다니다가 준희 모르게 집을 계약하게 됐다. 독립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미룰수 없는 일이었다.
진아는 부모의 집에서 나와 서울에 집을 구했고 준희는 한국을 떠나 미국행을 결정했다. 진아는 힘겨운 한국사회의 압력에 맞서 독립을 선언했지만 준희는 도피를 선택했다. 한국세상에 두 사람이 대응하는 방법과 방향이 갈라졌다.
이별이... 임박했다.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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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지인 드라마 리뷰

[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13회 - 마음의 문 -

2018. 9. 16. 13:16



준희 홀로 비를 세차게 맞고 있다. 도저히 아버지라 인정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을 진아가 몰래 만나자 휘청거리고 있다. 준희한테서 아버지 문제란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되는 금기와 같은 것. 마침내 진아가 그걸 건드리자 화를 참지 못하고 씩씩거리고 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화를 참을 수 있는 임계치를 돌파했다.

조금 전 진아와 준희 사이에 있었던 일을 보고 두 사람 사이를 짐작했다는 준희 아버지. 준희의 짝으로 진아를 너무 마음에 들어 한다. 그러나 버젓이 준희를 만나고 있는 와중에 선보러 나갔다는 사실에 자존심 상해한다. 진아 집안에서 준희를 얼마나 맘에 안들어하는지 굳이 설명 안해도 단번에 알 수 있기 때문. 진아는 죄송한 마음에 어쩔줄 몰라한다.
선을 보러 나가더라도 그건 절대 들키면 안되는 금기와 같은 것이었다. 상대 집안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준희가 연락도 안받고 회사에도 결근하자 진아는 경선이를 찾아갔다. 호텔에서 우연히 마주한 이후 연락 한번 할 수 없었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줬기 때문에. 하지만 준희가 걱정되어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준희 아버지가 준 선물을 경선에게 건네고 만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야기했다. 경선이는 진아가 아버지를 만난사정을 이해하고 미안해했다.
사람은 늘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그것이 상대방에게 오해를 낳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상대방이 상처받을걸 뻔히 알면서도 솔직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면 의외로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준희는 엄마를 찾아간다. 인정하고 싶지도 않은 살아계실 때 늘 엄마한테 고통만 줬던 아버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너무나 힘들때 항상 따뜻했던 어머니한테 찾아가 위로받고 싶었다. 준희 꽃다발 옆에 지난번 경선이가 두고간 꽃다발이 보인다. 두 남매는 마음이 힘들어 견딜 수 없을 때 돌아가신 엄마를 찾아간다.

준희 아버지는 윤상기(진아아빠)를 만나 준희가 왜 싫냐고 돌직구를 날린다. 변변찮은 이유를 대지만 말문이 막히는 건 어쩔 수 없다. 도대체 준희 자존심을 짓밟고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 그러자 윤상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사실 윤상기는 준희가 어릴 때부터 부모없이 큰 탓에 그 시기 자연스럽게 부모로부터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 같은 것들이 없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준희 아버지 앞에 대놓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윤상기는 술에 취해 3번이나 재혼한 일을 거론하며 횡설수설 하기도 하는데 본인 역시 김미연과(진아엄마) 연애 할 때 바람 피우다 걸려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다.

"나는 부모 잘 몰라. 부모는 이럴 수밖에 없다. 부모는 그런거다. 이런 말들도 제대로 이해못해. 그래서 누나 만나는 얘기 하나도 안무서웠어."
준희는 어릴 때부터 부모의 빈자리를 느끼며 자랐다. 나이에 맞게 때로는 어리광도 피우고 투정도 부리고 했어야 했다. 그런데 부모 때문에 철없는 시절을 너무 일찍 뺏기고 너무 빨리 애 늙은이가 됐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자기 속은 삼킨다. 어쨌든 준희는 부모를 잘 모르기에 진아를 사랑하는 마음만 믿고 하나도 두렵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남녀가 만나는 거라고 잘 헤쳐나가면 되는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래서 진아에게 온 마음을 다 쏟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진아와 준희의 연애는 결국 준희아버지를 집안에까지 발을 들이게 했고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마침 기회다 싶은 김미연은(진아엄마) 경선이와 준희 앞에서 가시돋힌 말들을 쏟아내고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애써 친자식처럼 돌봐왔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동정이었다. 

진아의 입에서 헤어지자는 말이 처음 나왔다. 아무리 힘들어도 해서는 안되는 말이었지만 상황 수습을 위해 할 수밖에 없었다. 표정이 너무나 슬프다. 사랑하지만 헤어져야 하는 걸까? 그렇게 두 사람은 이별을 향해 뚜벅뚜벅 가고 있다.

준희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아픔을 삼킨 채 진아의 방으로 간다.

준희는 진아의 방을 두드리지만 열리지 않는다.
이별이 오고있다.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destiny213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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