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6회 - 마지막 여행 -

2018. 7. 4. 11:56



윤상기는(진아아빠) 진아가 늦은 밤 외출이 잦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딸이 연애하고 있다는 것을 어느정도 짐작했으나 날이 밝아오는데도 딸이 돌아오지 않자 걱정스러운 마음에 진아의 방에서 기다린다. 그러다 방으로 들어오는 진아와 마주하고 조용히 몇마디 건넨다. 그러자 진아는 조금만 믿고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리고, 순간 김미연이(진아엄마) 방으로 불쑥 들어오자 아빠는 재치있게 딸을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말없이 한참 벤치에 앉아있다가 아빠는 진아의 어깨를 두드려 준다. 이토록 딸을 믿고 감싸주는 아버지를 다른 드라마에서는 거의 본 적이 없다.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진다.

아빠와 함께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본 준희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괜찮냐고 묻는다. 그러고는 전화기에 대고 "윤진아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해"하고 말해줬다. 이쁘다는 말은 많이 했었지만 사랑한단 말을 한건 이때가 처음이다. 너무나 감동한 진아는 대답도 못하고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준희의 사랑을 한껏 느끼고 있다. 그런 진아를 준희도 말없이 같이해준다.
준희의 '사랑해' 이 한마디는 나중에 진아가 준희폰을 잠깐 쓰게 됐을 때 대답의 형식으로 녹음되어 남겨지고 마지막회 결정적 순간에 준희가 '용기'를 내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부모의 그늘에서 사는 터라 진아의 방은 온전한 그녀의 공간이 아니다. 예고도 없이 준희가 불쑥 들어오자 불안하면서도 행복해 한다. 이렇게 진아의 방은 묘한 이중성을 가진다. 혼자 있을 땐 편하지만 부모 간섭은 불편하다. 아무튼 진아는 집에서 맘 편한 날이 없다. 어른으로 성장한 진아가 독립하는건 그래서 필연적이다.
진아의 독립이 타의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그려지는 측면이 있다. 준희가 자신때문에 진아가 쫒겨나는거 같아 무척이나 가슴아파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아의 독립은 15회에서 자세하게 그려진다.

레스토랑에서 쪽쪽 거리다가 금보라한테 딱 걸렸다. 금보라는 진아의 새로운 변화가 준희 때문임을 알았다. 쇼킹하면서도 멋지다며 두 사람을 진심으로 응원해준다. 드디어 진아 곁에 든든한 지원군이 한 명 생기고 보라와 진아의 인연은 준희와 진아가 헤어지고도 계속 이어진다. 경선이와 진아가 소원한 친구사이가 되어버린 반면 보라와 진아는 훨씬 더 가까워 졌다.
처음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되어 진심으로 응원해줬던 금보라. 제주도 보라의 집에서 준희와 진아가 다시 만난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을까? 아무튼 진아와 준희에게 금보라는 소중한 사람이다. 같이 직장생활을 할 때도 진아가 곤경에 처했을 때 곧잘 도와줬던 고마운 동료였다.

진아는 준희의 친구들과 커플끼리 강원도 캠핑을 가기로 했다. 어려보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화장법과 옷차림까지 연구해가며 여행 당일 신발장을 어지럽혀 놓고 헐레벌떡 떠났다. 어떤 모습으로 신발을 갈아 신었을지 상상해보는 맛이 있다. 그건 각자의 몫이다. 

다가올 두 사람의 이별을 하늘도 아쉬워했던 탓이었을까? 전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강원도에 폭설이 내려 하루 묵었다. 다음 날 아침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둘은 설원 위에서 사랑의 낭만을 만끽한다. 그렇게 진아와 준희의 마지막 여행이 아름답게 마무리됐다.

동생 승호가 건넨 꽃바구니 속 카드를 보고 진아는 깜짝 놀란다. 준희가 그걸 보고 이규민을 찾아가 반쯤 죽여놨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은 진아. 곧장 이규민을 찾아가 한바탕 난리를 피운다.
애초에 준희가 진아 모르게 처리하려고 하지 않고 상의했거나 최소한 있었던 일 정도만 이야기 해줬어도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다. 준희는 나름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숨긴것이 드러나자 소동이 벌어진다. 준희한테는 진아를 위하는 마음이었지만 진아에게는 뜻밖의 상처가 됐다.
준희가 야릇한 그 사진을 보고 얼마나 속상해했을지 순간 화가 치민 진아는 이규민을 찾아가 가방으로 정신없이 두들겨 팼다. 준희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지만 진아한테는 별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일을 키운 셈이 됐다. 그렇게 사람은 미완성인 채로 모순을 안고 살아간다. 그건 진아나 준희나 우리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이란 없다.

진아의 폰이 부서지는건 어쩌면 필연적이다. 규민이의 명의로 되어있는 진아의 휴대폰은 전 남자친구의 마지막 흔적이다. 그 흔적을 준희 모르게 지우려다 납치 당하고 병원신세까지 지게 됐다가 명의를 완전히 정리한 이후부터는 더이상 이규민(전 남자친구)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뜻밖에도 폰이 부서져 없었던 짧은 기간 준희의 폰을 잠깐 사용하면서 진아는 달콤한 사랑고백을 녹음으로 남길 수 있었다. 불운 혹은 불행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때로는 일생의 기회가 되기도 하는 법. 그래서 인생은 아이러니다.

진아가 경찰서에 있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준희와 승호. 그런데 진아는 원래 승호한테만 연락했다. 진아는 준희에게 전 남자친구와 관련된 일들을 보여주기 싫다. 마음 쓸까봐 미안해하는 것이다. 명의 이전 문제도 그렇다. 혼자 해결해보려다 일을 크게 키웠다. 진아 역시 나름 최선의 방법이라 믿는대로 행동하다가 큰 실수도 저지르고 깨지면서 산다. 진아가 답답하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모두가 그러고 살기 때문에 진아를 보기가 매우 불편한 것이다.

경찰서에 있는 진아를 보며 마음이 너무 아픈 준희는 안으로 들어가서 꼭 안아준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챈 승호와 규민이의 표정이 재미있다. 규민이는 아직까지 내 여자인 줄로만 알았던 진아가 하필 준희와 껴안고 있으니 순간 놀라면서 당황스럽고 이해가 안가는 표정이다. 승호는 너무나 충격 먹은 표정으로 멍때리고 서있다.
진아와 전 남자친구 사이에 준희가 끼면 일은 계속 꼬인다. 준희한테 당하고 진아한테도 당했는데 이제 두 사람이 연인인 것까지 확인했으니 이규민은 분노했을 것이다. 이후 진아를 다시 만났을때 분노가 폭발해서 납치하는 등 잠시 이성을 잃는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가족들한테 서서히 알려져 어둠이 깔린다.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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