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16회 - 노랑우산 -

2018. 9. 16. 14:13



준희는 승호 결혼식에 안올수도 있었다. 껄끄러워서 모든 걸 피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진아 부모님 앞에 서서 질지내셨냐고 물으며 친구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김미연(진아엄마) 역시 사람이라면 고마워하면서도 미안함을 느꼈을 터.
이 장면은 매우 중요하다. 아픔을 겪으며 준희도 어른으로 성장했고 진아 부모님을 당당하게 마주하며 진심으로 축하를 건넬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진아의 성장에 발맞춰 준희도 따라왔고 이는 둘의 재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설득력을 부여한다.

지금은 승철이 집이 되어버린 준희의 집. 떠나기 전 그때의 모습과 너무나 똑같은 공간에 발을 들이자 진아와의 옛 추억이 너무나 또렷하게 기억나 힘들어한다.

준희를 막상 보는데 꼭 어제까지 만났던거 같다는 진아. 잠깐 정신줄을 놨으면 아마 덮어놓고 안겼을거 같다며 울먹이면서 말했다. 듣고 있는 금보라 역시 마음이 아프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헤어지는 과정에서 진아는 준희한테 연락을 계속 시도했지만 준희가 철벽을 쳤다는 것. 준희가 진아를 버리고 떠난 것이다.

진아는 여전히 철벽을 치는 준희를 보며 퇴사를 결심한다. 사표를 제출하러 회사에 들렀다. 진아를 옥죄던 회사라는 조직에서 이제는 자유로워졌다.
진아는 지리한 재판에서 결국 승소했고 남이사는 아직도 자기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재판과정은 상처뿐인 영광이었지만 그 과실은 남은 자들의 몫일 것이다. 조직이 그렇게 많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후배들은 전보다 좀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게 되길 기대하면서...
회사를 떠나지만 재판을 마무리하고 떠나는 것과 도중에 피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진아는 단단하고 강한 여자가 됐다.

진아는 제주도로 내려가기로 결정한 후 경선이가 운영하는 책방에 인사하러 잠시 들렀다. 둘은 과거의 절친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소원한 친구사이가 되었다. 진아와 준희가 연애를 하는 순간, 잘되든 그렇지 않든 관계변화를 겪게 된다. 이제 다시는 과거의 절친사이로 돌아가지 못한다.

경선이 책방에서 우연히 마주하게된 두 사람. 어색하게 형식적인 인사 몇 마디 건네다가 진아가 말했다. "쉽진 않겠지만, 예전에 우리 사귀기 전 그때처럼 지낼 수 없을까?" 준희는 절대 예전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진아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오랜만에 마주했지만 감정은 더 또렷해졌기 때문에.

예전처럼 지내자는 진아의 말에 화가난 준희는 술에 취한 채 진아의 집으로 찾아갔다. 진심이냐고 물으며 준희는 감정을 퍼부었다.. "노력하면 계속 버겁기야 하겠어? 곧 익숙해지지 않겠어?”라는 진아의 말에 "못됐다. 정말 드럽게 못됐어."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못됐다는 말에 화가난 진아는 준희를 찾아가 3년 묵은 감정들을 퍼부었다. 준희를 떠나보내고 악착같은 3년을 버텨왔다며 그 지옥같은 시간을 알기나 하냐고 소리쳤다.
한바탕 서로에게 감정을 퍼부었다는 것은 두 사람 다 마음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서로에게 상처줄까봐 애써 눌러왔던 감정들을 상대방이 상처받건 말건 솔직하게 털어버렸더니 이게 오히려 나중에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인생의 아이러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쏟아지자 승철이가 초록우산을 진아한테 건넸고 진아는 빨강우산 초록우산 모두를 버렸다. 과거에 주고 받았던 마음을 이제서야 정리한 것. 과거를 정리해야 또다른 시작을 할 수 있다.

김미연은 제주도로 떠나는 딸을 배웅하러 나와서 미안하다며 말을 건넨다. 딸이 어쩌면 자신 때문에 아직까지 결혼도 못하고 멀리 떠나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엄마의 뜬금없는 “미안하다” 한마디에는 많은 의미가 들어있을 것이다.
철벽 같았던 엄마의 심리적 장벽도 어느정도 허물어졌다. 강하게 부딪혔다면 절대 듣지 못했을 말이다. 시간이 진아 주변 사람들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피하지 않고 세상에 당당하게 맞선 진아가 어쩌면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일까?

제주도에서 자연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진아. 부모의 간섭이 있는 집을 벗어나서 서울로, 이제는 제주도로 멀리 떠나왔다. 부모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드는 쪽으로 사는 곳이 옮겨간다..

음악을 들으면서 이제는 미국으로 떠나려고 짐을 챙기는데 느닷없이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진아 목소리. "준희야 준희야 준희야 나야. 니 핸드폰 갖구 있다가 갑자기 하구싶은 말이 생각나서. 고마워 나를 많이 아껴주구 사랑해줘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사랑을 받게 될 줄 몰랐어. 너는 모를거야 내가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많이 배우고도 있어 사랑은 한없이 아낌없이 한사람만을 위해서 모든걸 쏟아내는 마음이라는거. 그래서 사랑을 할땐 서준희처럼. 준희야 사랑해. 아주많이 아주 오래오래 사랑할게." 아낌없이 사랑을 쏟아냈던 진아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를 듣고 준희는 '용기'를 냈다. 

그러나 진아는 이미 제주도로 떠나고 없고, 텅 빈 방만이 준희를 맞이하고 있었다. 준희는 한번 더 용기를 내기로 했다. 포기하지 않고 제주도로 달려갔다.

(3년 전 진아의 생일, 준희와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그 레스토랑 분위기와 비슷한 장면이 연출된다진아는 준희가 준 목걸이를 한 채 와인을 마시고 있다. 준희가 자신을 향해 아낌없이 쏟아냈던 마음이 진심이었음을 알기에 애써 인연이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절대 버리지 못한 선물이었다. 인연이 아니더라도 그 사랑을 소중히 간직하며 살겠노라는 진아의 마음이다.

금보라와 진아가 사는 집에 갑자기 비가 쏟아져 내리고 진아의 눈앞에 준희가 나타났다. 혼자 비맞고 서있는 준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서 노랑우산을 씌워줬다. 긴 시간 멀리서 다시 돌아와준 준희를 진아의 마음이 따뜻하게 품어준 것. 뜬금 없이 내우산 달라며 땡깡부리는 준희. 서로를 향한 마음은 여전했기에 긴말이 필요치 않았다.

진아를 끌어 안으며 준희는 미안해한다. "내가 다 잘못했어. 미안해. 나 정말 윤진아 없인 못살겠어. 한번만 봐주라"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다시 만났다. 진아가 중심을 잡고 버텨낸 시간들이 있었기에 준희는 용기를 낼 수 있었고 사랑은 다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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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와 준희는 아름다운 저녁 노을처럼 성숙한 사랑을 할 것이다. 때로는 주위를 살피겠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나눌 것이다.
끝.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destiny213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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