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7회 - 금기 -

2018. 7. 6. 17:57



진아는 혼자 두고 온 준희가 걱정돼 집에 들어가려다 뿌리치고 달려나왔다. 철조망 가까이에서 준희를 찾아 헤메다 시선이 마주쳤다. 준희는 금기를 훌쩍 넘고 들어와 진아를 꼭 안아준다. 진아는 또 이규민과의 일을 준희가 알게되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더이상 신경쓰이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너무 속상하다. 준희는 그런 진아가 너무 안쓰럽다. 매번 전 애인과 엮여 고통을 당하는 진아가 이제 그만 울었으면 좋겠다.
이 드라마에서 '금기'란 두 사람의 사랑이고 고난과 시련은 부모의 반대이다. 승호가 알게됐고 곧 아버지까지 알게된다. 두 사람은 마음으로 같이 울고있다.

출근하는 길 허공을 바라보며 갑갑한 듯 길게 신음소리를 내본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안보여요. 아무것도 안보여요" 하고 읊조린다. 진아는 지금 눈앞이 깜깜하다. 겨우 승호 하나 시작했을 뿐인데 앞으로 아빠 경선이 엄마까지 알게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승호가 알게된 순간부터 두 사람의 연애는 정점을 찍고 하향선을 탄다. 경선이가 알게되면서 부터는 암흑기가 도래한다. 경선이를 설득해 내편으로 만들었지만 엄마가 알게되면서 부터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고 받다가 친구사이마저 멀어졌다.

진아폰이 박살나자 답답한 준희가 제 폰을 건넸다. 지하철에서 준희의 비밀스런 공간을 들여다 보는 진아. 두 사람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사진을 보자 바람핀 규민이 때문에 상처받고 울고불고 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창피하고 민망해서 "왜 이렇게 바보 같았을까. 싹다 지워버리고 싶다." 지하철 안 인줄도 모르고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소리쳤다. 진아는 전 남자친구와의 그 어떤 일도 준희한테 보여주기 싫다.

윤상기는(진아아빠) 진아의 전 남자친구를 만나 진아와 준희가 사귄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릴 때부터 봐와서 아들처럼 여겼고 누구보다 좋은 사람이라는걸 알기에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하고 나왔지만 머리는 복잡하다. 충격과 실망 배신감이 들어 한숨만 푹푹 쉬며 깡소주를 들이키고 있다. 또한 준희의 집안배경과 성장과정에 걱정되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앞으로 다른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얼마나 충격을 받을지 걱정되기도 했을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 사위로서 준희가 가진 조건은 탐탁치 않는 것도 사실. 이래저래 마음이 복잡하다.

이쪽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말없이 한숨쉬며 소주만 연거푸 마시고 있다. 취기가 돌면 그제서야 말을 꺼낼 것이다.
왜 굳이 윤진아냐며 묻자 준희는 "윤진아라서"라고 대답한다. 이후 승호는 안되는 이유를 이리저리 읊어대지만 절대 포기 못한다는 준희의 말을 듣고 어이없어 하면서도 슬쩍 져준다. 남자사이 우정이라는 것이 그렇다. 죽어도 하겠다면 욕을 해댈지언정 슬쩍 져주면서 응원해주는 수밖에. 승호와 준희는 진한 친구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승호는 진아의 동생이고 부모와의 관계도 있기 때문에 응원을 해주긴 하지만 명백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준희와 진아 사이에 큰 힘이 되어주지 못한다. 사실상 준희 주변에는 진아 옆에 금보라같은 든든한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셈이다. 준희가 많이 외롭고 괴로웠던 이유중 하나 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자신이 그토록 싫어했던 아버지가 두 사람을 좋아해주고 인정해주자 준희는 감동했고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준희와 진아가 헤어지자 두 친구는 3년간 연락 한번 안할만큼 완전히 멀어져버렸다.

진아는 자신이 왜 달라졌는지 공철구 앞에서 담담하게 말한다. "그동안 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모르고 살았거든요. 근데 나보다 날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켜주기 위해 애쓰는 어떤 사람을 보면서 그 사람이 덜 걱정하게 안심할 수 있게 내가 내 자신을 더 잘 지켜나가야겠다."
진아의 모든 변화가 압축되어 설명되는 장면이다. 준희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으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래서 더 잘 지켜 나가야겠다는 다짐이다. 뒤에서 이 말을 들은 준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화답하고 있다. 진아의 진심이 담긴 사랑고백에 준희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다. 

"준희야 준희야 준희야 나야. 니 핸드폰 갖구 있다가 갑자기 하구싶은 말이 생각나서. 고마워 나를 많이 아껴주구 사랑해줘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사랑을 받게 될 줄 몰랐어. 너는 모를거야 내가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많이 배우고도 있어 사랑은 한없이 아낌없이 한사람만을 위해서 모든걸 쏟아내는 마음이라는거. 그래서 사랑을 할땐 서준희처럼. 준희야 사랑해. 아주많이 아주 오래오래 사랑할게."

진아가 납치 당했다. 꽃바구니 사건이 낳은 나비효과다. 준희가 진아와 규민이 사이에 개입하면서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준희가 가장 행복에 겨워 하는 시간, 진아는 죽음의 공포에 두려워 떨고 있다. 준희는 나름의 입장에서, 진아 또한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해 옮긴 행동이 죽음의 공포에 이르게 만든 것이다.
행복과 공포가 격차게 교차하는 순간 나는 심한 감정적 동요를 느꼈다. 영혼이 마비되는 고통을 느끼며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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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지인 드라마 리뷰

[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6회 - 마지막 여행 -

2018. 7. 4. 11:56



윤상기는(진아아빠) 진아가 늦은 밤 외출이 잦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딸이 연애하고 있다는 것을 어느정도 짐작했으나 날이 밝아오는데도 딸이 돌아오지 않자 걱정스러운 마음에 진아의 방에서 기다린다. 그러다 방으로 들어오는 진아와 마주하고 조용히 몇마디 건넨다. 그러자 진아는 조금만 믿고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리고, 순간 김미연이(진아엄마) 방으로 불쑥 들어오자 아빠는 재치있게 딸을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말없이 한참 벤치에 앉아있다가 아빠는 진아의 어깨를 두드려 준다. 이토록 딸을 믿고 감싸주는 아버지를 다른 드라마에서는 거의 본 적이 없다.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진다.

아빠와 함께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본 준희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괜찮냐고 묻는다. 그러고는 전화기에 대고 "윤진아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해"하고 말해줬다. 이쁘다는 말은 많이 했었지만 사랑한단 말을 한건 이때가 처음이다. 너무나 감동한 진아는 대답도 못하고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준희의 사랑을 한껏 느끼고 있다. 그런 진아를 준희도 말없이 같이해준다.
준희의 '사랑해' 이 한마디는 나중에 진아가 준희폰을 잠깐 쓰게 됐을 때 대답의 형식으로 녹음되어 남겨지고 마지막회 결정적 순간에 준희가 '용기'를 내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부모의 그늘에서 사는 터라 진아의 방은 온전한 그녀의 공간이 아니다. 예고도 없이 준희가 불쑥 들어오자 불안하면서도 행복해 한다. 이렇게 진아의 방은 묘한 이중성을 가진다. 혼자 있을 땐 편하지만 부모 간섭은 불편하다. 아무튼 진아는 집에서 맘 편한 날이 없다. 어른으로 성장한 진아가 독립하는건 그래서 필연적이다.
진아의 독립이 타의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그려지는 측면이 있다. 준희가 자신때문에 진아가 쫒겨나는거 같아 무척이나 가슴아파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아의 독립은 15회에서 자세하게 그려진다.

레스토랑에서 쪽쪽 거리다가 금보라한테 딱 걸렸다. 금보라는 진아의 새로운 변화가 준희 때문임을 알았다. 쇼킹하면서도 멋지다며 두 사람을 진심으로 응원해준다. 드디어 진아 곁에 든든한 지원군이 한 명 생기고 보라와 진아의 인연은 준희와 진아가 헤어지고도 계속 이어진다. 경선이와 진아가 소원한 친구사이가 되어버린 반면 보라와 진아는 훨씬 더 가까워 졌다.
처음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되어 진심으로 응원해줬던 금보라. 제주도 보라의 집에서 준희와 진아가 다시 만난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을까? 아무튼 진아와 준희에게 금보라는 소중한 사람이다. 같이 직장생활을 할 때도 진아가 곤경에 처했을 때 곧잘 도와줬던 고마운 동료였다.

진아는 준희의 친구들과 커플끼리 강원도 캠핑을 가기로 했다. 어려보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화장법과 옷차림까지 연구해가며 여행 당일 신발장을 어지럽혀 놓고 헐레벌떡 떠났다. 어떤 모습으로 신발을 갈아 신었을지 상상해보는 맛이 있다. 그건 각자의 몫이다. 

다가올 두 사람의 이별을 하늘도 아쉬워했던 탓이었을까? 전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강원도에 폭설이 내려 하루 묵었다. 다음 날 아침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둘은 설원 위에서 사랑의 낭만을 만끽한다. 그렇게 진아와 준희의 마지막 여행이 아름답게 마무리됐다.

동생 승호가 건넨 꽃바구니 속 카드를 보고 진아는 깜짝 놀란다. 준희가 그걸 보고 이규민을 찾아가 반쯤 죽여놨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은 진아. 곧장 이규민을 찾아가 한바탕 난리를 피운다.
애초에 준희가 진아 모르게 처리하려고 하지 않고 상의했거나 최소한 있었던 일 정도만 이야기 해줬어도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다. 준희는 나름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숨긴것이 드러나자 소동이 벌어진다. 준희한테는 진아를 위하는 마음이었지만 진아에게는 뜻밖의 상처가 됐다.
준희가 야릇한 그 사진을 보고 얼마나 속상해했을지 순간 화가 치민 진아는 이규민을 찾아가 가방으로 정신없이 두들겨 팼다. 준희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지만 진아한테는 별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일을 키운 셈이 됐다. 그렇게 사람은 미완성인 채로 모순을 안고 살아간다. 그건 진아나 준희나 우리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이란 없다.

진아의 폰이 부서지는건 어쩌면 필연적이다. 규민이의 명의로 되어있는 진아의 휴대폰은 전 남자친구의 마지막 흔적이다. 그 흔적을 준희 모르게 지우려다 납치 당하고 병원신세까지 지게 됐다가 명의를 완전히 정리한 이후부터는 더이상 이규민(전 남자친구)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뜻밖에도 폰이 부서져 없었던 짧은 기간 준희의 폰을 잠깐 사용하면서 진아는 달콤한 사랑고백을 녹음으로 남길 수 있었다. 불운 혹은 불행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때로는 일생의 기회가 되기도 하는 법. 그래서 인생은 아이러니다.

진아가 경찰서에 있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준희와 승호. 그런데 진아는 원래 승호한테만 연락했다. 진아는 준희에게 전 남자친구와 관련된 일들을 보여주기 싫다. 마음 쓸까봐 미안해하는 것이다. 명의 이전 문제도 그렇다. 혼자 해결해보려다 일을 크게 키웠다. 진아 역시 나름 최선의 방법이라 믿는대로 행동하다가 큰 실수도 저지르고 깨지면서 산다. 진아가 답답하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모두가 그러고 살기 때문에 진아를 보기가 매우 불편한 것이다.

경찰서에 있는 진아를 보며 마음이 너무 아픈 준희는 안으로 들어가서 꼭 안아준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챈 승호와 규민이의 표정이 재미있다. 규민이는 아직까지 내 여자인 줄로만 알았던 진아가 하필 준희와 껴안고 있으니 순간 놀라면서 당황스럽고 이해가 안가는 표정이다. 승호는 너무나 충격 먹은 표정으로 멍때리고 서있다.
진아와 전 남자친구 사이에 준희가 끼면 일은 계속 꼬인다. 준희한테 당하고 진아한테도 당했는데 이제 두 사람이 연인인 것까지 확인했으니 이규민은 분노했을 것이다. 이후 진아를 다시 만났을때 분노가 폭발해서 납치하는 등 잠시 이성을 잃는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가족들한테 서서히 알려져 어둠이 깔린다.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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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지인 드라마 리뷰

[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5회 - 목소리 -

2018. 7. 2. 20:33



준희가 집에 오라고했더니 아침일찍 눈 뜨자마자 달려간 진아. 왠지 속마음을 들킨것 같아 부끄러워 머뭇거린다. 그런 그녀를 잡아 끌어주는 준희. 이제 둘만의 공간에서 그들은 달콤하고 뜨거운 사랑을 나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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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출장에서 식사와 이후 접대자리를 피했다는 이유로 불려간 진아. 그런데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달라진 진아의 태도에 당황하는 이사와 차장. 그러자 뭐 다 알아들으면서 딴소리냐며 질책한다. 진아는 슈퍼바이저로서의 업무에 충실했고 그 외의 것들은 업무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크게 당황한 이사는 오히려 공철구를 나무란다.
진아는 너무 많이 변했다. 준희와 진짜 사랑을 하기 시작한 후부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고 사랑하게됐다.

공철구는 뭐가 불만이냐고 진아에게 따져 묻고 이를 옥상에서 지켜보던 준희가 다가가 떼어내 준다. 이어지는 씬은 매우 흥미롭다. 뭐 때문에 그러냐고 이유가 뭐냐고 준희가 묻는다. 그런데 진아는 이때 귀마개를 하고 있다. 그렇다. 회사내 문제는 준희가 관여할 수 없는 온전히 진아가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다. 힘들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피하거나 도망치는 순간 불명예를 안고 평생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귀마개는 소통의 단절을 의미하는 장치로서 회사내 문제는 진아 스스로가 감당해야할 몫이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이 드라마가 담고있는 이런 디테일에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아까 그 변태같은 자식 회사에 발도 못 붙이게 해줄까라고 준희가 묻는다. 그러자 진아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내가 얼마나 용감해졌는데, 다 이길 수 있어. 어떤 멋진 남자가 날 지켜주거든." 진아는 준희 너만 내 옆에 있어 준다면 용감하게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Stand by your man'(그 사람 곁에서 힘이되어 주세요) 

경선이가 진아한테 남자 소개시켜 줄까 하는 말에 발끈 하는 준희. 화를 참지 못하고 누나의 집을 나서 집으로 가버린다. 당황한 진아는 준희를 따라 나선다. 안그래도 혹시나 관계가 들킬까 노심초사 했던 진아는 내기한 대로 5만원을 달라고 한다. 이렇게 준희는 감정이 앞서 뻔히 지는 내기를 한다. 그러니 믿음이 갈 리가 없다.

진아를 택시 태워 보내는데 준희는 택시기사 면상 살피기 바쁘다. 경선이가 이상하게 쳐다보자 급 당황한 진아는 끌어안고 수습하기에 바쁘다. 티 안내기로 약속해 놓고 준희는 또 저러고 있다. 택시 타고 가면서 진아는 앞으로 내기는 절대 안한다고 말한다. 어차피 진아가 이기는 내기. 준희는 감정에 매우 충실한 사람이다.

밤길을 걸으며 꽁냥꽁냥 하는 모습을 35초 분량의 롱테이크 한 컷으로 담아냈다. 마치 담장 위에서 두 사람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철저하게 제3의 입장에서 두 사람을 관찰하게 만든다. 한국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도 이런 촬영기법을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드라마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 드라마는 이렇게 관찰자 입장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그 가치를 새롭게 느낄 수 있다. 최선이라고 생각한 행동과 말이 상대방한테는 더 큰 상처와 오해를 낳을 수도 있는 것. 사람은 그렇게 미완성인 채로 모순을 안고 살아간다. 진아라는 캐릭터가 욕을 많이 먹었던 이유는 이러한 우리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이 매우 불편해했다.

회식자리에서 조직의 기강해이를 언급하며 상명하복의 예절 운운하는 꼰대들이 여기있다. 여직원들이 회사를 위해서 다소 불쾌한 자리라 해도 기꺼이 감내해야 하는거 아니냐는 말을 에둘러 한것이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조직 어디에나 있고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한다.

준희는 진아의 전 남자친구가(이규민) 보낸 꽃바구니을 들고 그놈을 찾아간다. 보자마자 바닥에 패대기 치고는 꽃바구니을 던져버린다. 준희의 단순하고 감정적인 반응들이 때로는 통쾌함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이 그런 준희를 사랑한다. 나역시 그런 준희가 좋다.

그놈의 노트북에서 진아의 야릇한 사진을 발견한 준희는 그자리에서 박살내고 하드디스크를 아령으로 찍어버린다. 물리적으로 하드를 파손시켜 영원히 복구하지 못하게끔 만드는 방법이다. 작가가 누구신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디테일까지 신경썼다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또 이렇게 리얼하게 연출해주신 감독님께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CCTV로 준희가 꽃다발을 가져간걸 확인한 진아는 통화를 시도하지만 어쩐일인지 계속 연락이 안되고 걱정스런 마음에 준희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런데 갑자기 경선이가 들이닥쳐 갇히고 말았다. 준희 딴에는 진아가 신경쓰지 않도록 몰래 처리하는게 최선이라 판단했으나 전 남자친구와의 문제는 진아의 일이기 때문에 상의하거나 최소한 통보는 했었어야 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하다가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다.
진아와 전 남자친구 사이에 준희가 끼어들면 상황이 매번 꼬이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 결과 진아는 좁고 어두운 공간에 갇혀 불안에 떨고 있다. 나중에 꽃바구니 사건은 진아 납치사건에도 영향을 미친다.

봐야 좋을거 없을거 같아서 허락없이 치웠다는 준희. 진아는 이해하고 고맙긴 하지만 준희가 그런걸 보는게 싫은건 마찬가지다. 혼자 보고 말지 준희를 계속 신경쓰이게 만드는거 같다며 속마음을 내비친다.
진아의 전 남자친구 문제는 진아 스스로 해결해야 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준희가 관여되는 것을 불편해한다. 물론 현 남자친구 입장에서 관여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도 있다. 이렇게 두 사람은 나름의 입장에서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최선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내 방식이 옳다고 믿으며 말하고 행동한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대화가 매우 흥미롭다. "근데 왜 오늘 계속 전화 안받았어? 잠수탔잖아." "회사에 바쁜 일이 좀 생겨서. 다음부턴 연락부터 하고 잠수탈께." "안그러기만 해. 복수할거야. 난 아예 없어져버릴거야."
그런데 실제로 나중에 준희 앞에서 사라져버린다.

이제 진아의 밤 외출은 일상이 됐고 달콤한 시간들을 함께한다.
그런데 드디어 위기가 찾아왔다.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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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지인 드라마 리뷰

[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4회 - 첫 여행 -

2018. 6. 28. 17:31


서로가 일하는 공간에 상대방이 찾아왔을 때 둘은 똑같은 일을 경험한다. 느닷없이 동료가 들이닥쳐서 허겁지겁 당황하다가 택시태워 보내고 다시 회사로 전력질주한다. 그 모습을 창문을 통해 서로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웃는다. 
2회에서 진아는 일단 불부터 켜고 준희를 찾으러 다니는 반면 준희는 1차적으로 진아가 서있던 자리에 들렀다가 불켤 생각도 안하고 허겁지겁 찾으러 다닌다. 난 이 두 장면을 굉장히 인상깊게 봤다. 여자는 아무리 급한 상황에도 냉정한 이성을 찾으려 한다면 남자는 감정이 앞서 막무가내다.
준희가 진아를 떠난 과정을 곱씹어 볼 때 진아는 상대적으로 이성적이었고 준희는 충동적이었다. 진아는 준희의 짐이 되길 원하지 않았고 아무리 힘들어도 곁에서 힘이 되어주길 원했다. 미국으로 함께 떠나는 것은 서로를 위한 길이 아니었음을 진아는 알고있었다.

전 남자친구가 가게에 찾아와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돌아갔다. 다치고 성추행 당할 뻔한 진아를 두고 경선은 마음이 아프다. 그러면서 모진말을 쏟아낸다. 당한는건 1등에 악소리 한번 낼줄도 모르고 착한건 자랑이 아니라 병이라고. 진아는 지금까지 남들이 보면 미련해 보일정도로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진아가 더 안쓰럽다. 그러나 진아는 준희를 만나 달라진다. 더이상 미련하게 착해빠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준희와 같이 간 당진출장. 진아는 공철구한테 더이상 탬버린 치고 불쾌한 스킨십 참는 그런건 안한다고 선언한다. 당황하는 공철구. 그러나 진아는 이런 말을 해본게 처음이라서 걱정도되고 불안하다. 그래서 준희한테 그냥 위로 받고 싶다. "잘했어"
드라마 상 처음으로 진아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상징적인 장면이다. 작지만 큰 변화가 앞으로 어떤 폭풍을 몰고오게 될 지 이 장면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다. 회사 내에서 성추행 문제가 불거지자 여직원들이 공동대응 할 것처럼 분위기가 흘러가더니 다들 쏙 빠지고 진아만 덜렁 혼자 남았다. 준희가 곁에 없는 상황에서 진아는 홀로 외로운 싸움을 3년이나 버텨냈다.

걱정하지 말라며 잘 헤쳐나가면 된다는 준희. 그러면서 이어지는 대사가 재밌다. "절대 후회 안하게 내가 잘할게" "믿어두돼?" "믿어도돼." "아니면?" "말구지" 장난처럼 던진 이 한마디는 현실이 됐고 어쩌면 무책임하게 진아를 두고 훌쩍 떠나버린 셈이 됐다. 말은 씨가 된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첫키스 씬. 근래에 드라마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키스 씬을 본적이 없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넋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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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한 누나를 집에 데려다 주고 물끄러미 사진을 바라보다가 불을 끄고 나가는 준희. 지난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이제 두 사람은 절대 과거의 절친사이로 돌아갈 수 없다. 상징적이면서도 강렬한 연출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런 연출을 사랑한다.

비오는 날 준희의 우산 속으로 성큼 뛰어갔던 진아가 이제 준희가 사는 집으로 쏙 들어갔다. 드라마에서 준희 집을 찾은건 이 씬이 처음은 아니지만 들어간건 처음이다. 두 사람의 공간이 된 준희의 집에서 이제 그 둘은 달콤하고 뜨거운 사랑을 나눌 것이다. 서로 좋아할 땐 열렬히 미친듯이 불사르는거라고, 뜨거워야하는 거라고 했듯이.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destiny2135@gmail.com

어린지인 드라마 리뷰

[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3회 - 고백 -

2018. 6. 24. 10:21


갈등을 빚은 가맹점주와 마주앉아서 진아는 말한다.
"사는게 왜 이렇게 다 복잡한지. 젊다고 다 꽃놀이 세상인줄 아세요? 배신도 당하고 상처도 받고 그러다가 또 어디서 위로받으면 힘좀 내보고 그러다 또 좌절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찾을라고 노력하고 다 그래요. 다 똑같은 마음이에요." "알어... 다 먹고 살라고 그러는거지. 힘내"
진아의 말에서 젊은 직장인들의 애환이 그대로 느껴진다. 진아는 사는게 힘들다. 전 애인은 바람이 났고 준희는 오해때문에 토라져있고 그래서 상처받았다. 어디서 위로 좀 받고 싶은데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 아침부터 이 사람을 만나러 가서는 깡소주를 들이킨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이제는 모든 것을 놔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회사일은 회사 일대로, 집에서 규민이 때문에 생긴 오해는 준희와 풀어야 하는데 답답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소주를 들이킨다.

3회에서 가장 집중해서 봤던 씬이다. 준희네의 가족사가 처음으로 언급된다. 10년 전 쯤 겨울, 준희가 수능을 치르자 마자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재혼 후 둘을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그렇게 세상에 둘만 덜렁 남겨진 남매는 독하게 깡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아마도 경선이는 꿈을 접고 돈을 벌기위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왔을 터. 작은 체구에서 강한 생활력이 느껴진다.

3회에서 가장 재미있게 봤던 씬이다. "준희가 어떤 여자랑 어떻게 살지 모르지만 나 악랄한 시누 될거다." 그러자 진아 표정이 순간 어두워지면서 머리가 복잡해진다. "눈치보고 사는걸 어떻게 봐 내가 초장에 휘어잡아야지." 말만 들어도 살떨린다는 진아. 정말 웃지 않고 배겨낼 도리가 없다. 이규민이 진아랑 준희를 엮는걸 듣고 코미디 같다는 경선. 웃기지 않냐고 하니까 떨떠름한 표정으로 카메라 앵글을 벗어나는 진아를 보면서 박장대소했다. 진아는 내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다.

엄마의 제삿날. 진아 시집 잘 보내는게 소원이라는 경선. 그러나 진아와 준희가 연인이 되는 순간 이제는 절대로 과거의 절친사이로 돌아갈 수 없다. 준희와 진아가 잘되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실제로 마지막회에서 과거의 절친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소원한 친구 사이로 남는다. 준희와 진아가 만나면서 엄청난 상처들을 주고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오히려 진아는 금보라와 더 가까운 사이가 되는데 비밀이 없는 절친사이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과거를 정리 한다며 들고 나왔지만 준희가 준 우산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준희가 내가 대신 버린다며 달라고 하자 버리려다 다시 가져왔다고 실토하는 진아. 그러자 우산이 맘에 들었냐고 놀려댄다. 티격태격 사랑싸움 하는 두 사람이 너무 귀엽다.
나중에 놀이터에서 나눴던 대화는 마지막회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반복된다. 서로를 향한 마음은 여전했기에 복잡한 설명없이 내우산 어딨냐고 달라고 했던 준희가 참 반갑고 이해가 됐다. 우산은 이 드라마에서 매우 중요한 소재로 활용된다. 그리고 올드팝이나 잔잔한 음악과 함께 활용되면서 아날로그 감성을 건드린다. 

바래다 주는 길에 현관문을 막고 서는 준희. 대뜸 놀러가자니까 환하게 웃으며 망설임도 없이 그러자고 하는 진아. 준희는 남자로 진아는 여자로 서로를 솔직하게 마주했다. 오해를 풀고 마음을 확인하고 그렇게 첫 데이트 길에 올랐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더이상의 오해 없이 남녀 사이로 쭉 이어진다.

명색이 첫 데이트인데 진아의 차림새가 소탈하다. 평상복 차림에 화장기도 없는 진아의 모습 그대로다. 그러건 말건 준희는 진아가 마냥 좋다. 나는 준희 앞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진아가 좋다.
이 드라마에서 지나치게 격식있는 차림새와 짙은 화장은 진아를 부자연스럽게 만든다. 이것은 의례적인 형식, 껍데기를 의미한다. 드라마 후반부에 맞선 남자를 보러 나가면서 화장하는 진아를 보고 욕한 분들을 난 이해할 수 없다. 드라마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누나한테 그림을 선물하는 준희. 작고 귀엽단다. 그래서 얼굴은 귀엽게 몸은 작게 그려줬다.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 그려줬다. 웃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집에 가서는 가장 아름답고 예쁘게 그려줬다. 감탄사가 육성으로 터져나왔다. 이런 디테일은 도대체 어느 드라마에서 찾아봐야 하는 걸까. 나는 한동안 타드라마 절식 상태에 빠질 것 같다.

밤 늦게까지 준희와 놀던 진아는 방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출근했다. 예쁘게 입고 나가려고 얼마나 분주했을지 이 한 컷이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는 이런 빈공간 연출을 사랑한다.

준희는 고백하려다 머뭇거린다. 그러다 결국 밥 사달라는 말을 내뱉는다. 그러자 진아는 언제는 안사줬냐며 그게 무슨 그렇게 뜸을 들일 얘기냐고 어이없어 한다. 그러나 사실 진아의 마음은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이제는 원하는 말이 준희 입에서 나올 때가 됐는데 먼저 말해도 되는건가 조심스럽다.
이렇듯 준희는 타이밍을 놓치고 오히려 확실하게 잡는 쪽은 언제나 진아였다. 준희는 마지막회에 진아가 없는 텅빈 방을 찾아갔을 때까지도 타이밍을 놓친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제주도로 내려가 처음으로 타이밍을 잡았기에 진아와 다시 맺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준희는 진아의 어깨를 감싸주고 싶어 안달이다. 진아는 준희의 이런 마음을 아는듯 모르는듯 설레는 기분을 만끽한다. 썸타는 남녀의 감정을 이토록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을 난 일전에 본 기억이 없다. 너무나 예쁘고 황홀해서 모니터에 빨려들어갈 지경이다. 마치 내가 연애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차를 탔는데 묘한 긴장감과 함께 침묵이 흐르고 준희는 손잡을 타이밍을 한 번 놓친다. 그러자 진아가 슬쩍 팔을 들어올려 손잡을 타이밍을 만들어준다. 심장이 쿵쾅쿵쾅 심하게 방망이칠 지경이구만 준희는 이번에도 타이밍을 놓친다. 진아는 답답해서 미쳐 죽을 지경이다. 준희는 멋있는 척해도 알고보면 허당이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고 나는 확신이 있는데 아직 못물어봤다는 준희. 진아한테 해야할 말을 허공에다 뿌리고 있다. 진아는 안도의 숨을 쉬면서도 불안불안하다. 그러다 강세영이 준희한테 훅 치고 들어오자 더이상 참지 못하고 슬며시 먼저 손을 잡는다.

드라마 보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발을 동동 구른 건 12년전 '연애시대' 이후 처음이다. 다음 회를 기다리는 하루가 일 년 처럼 느껴졌다.
진아가 준희의 손을 먼저 잡은 대가는 실로 엄청났다. 스스로를 더욱 사랑하게 됐지만 그로인해 많은 것을 잃고 아파했다. 그러나 진아는 끝까지 준희에 대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고 긴 시간 먼 곳을 돌고돌아 다시 만났다. 이또한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다.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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