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15회 - 이별 -

2018. 9. 16. 14:06



준희는 진아가 이사하는데 뭐든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진아는 준희한테 부담을 주기 싫었다. 이미 집 계약을 해버린 상황이라서 준희한테 말을 꺼내려는 순간 대뜸 준희가 회사 그만두는거 생각해 본 적 있냐고 물었다. 준희는 미국지사 근무신청을 했다고 말하며 진아가 더이상 힘들어하는거 못보겠다고 말했다. 실은 본인이 견디기 힘들어 미국으로 도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세상에 대응하는 방식이 갈라지는 순간 진아는 불안과 초조함에 휩싸여 어쩔줄 몰라 하고 있다.

경선이는 준희가 방을 빼면서까지 진아를 도우려고 하자 무슨 꿍꿍이냐며 물었다.(혹시 같이 도망이라도 가게?) 그러자 진아의 대답이 돌아왔다. "싸잡지마" 진아는 애초에 지금 상황에서 준희와 같이 미국에 가서 살 마음이 없다. 그 길은 준희를 위한 길도 가족 반대를 해결하는 길도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진아는 준희보다 자신이 우선이라면서 다 버리고 준희한테 올인 안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연애하면서 해야 되는 일 하고싶은 일 계속 한다는 진아.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며 스스로 나쁜년 되기를 자처했다. 준희와 같이 살면서 등뒤에 숨거나 미국으로 도피하는건 진아가 세상을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경선이한테 상처를 주면서까지 이기적인 자신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준희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으면서 진아는 변했고 절친 경선이 앞에서 본인의 모습을 가감없이 표출했다.
많은 시청자들이 이런 진아를 보며 욕하거나 불편해 했다. 남한테 보여주기 싫은 이기적인 모습을 드라마가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차라리 솔직한 진아가 좋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세상에 대응하는 방식대로 행동하고 말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인물들이 마치 현실에서 살아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윤상기는(진아아빠) 쫓겨나듯 이사가는 딸을 보며 눈물을 터트린다. 그동안 딸이 준희와 연애하면서 받았던 상처들, 부모의 입장에서 어쩔수 없이 말하고 행동했던 모든 것들이 안타깝게 느껴졌을 것이다. 
우리 드라마에서는 아버지가 우는 모습이 두 번(준희아버지, 윤상기)이나 나온다.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든 유교 문화권에서 이들 장면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내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캐릭터들이 워낙 현실처럼 살아 움직여서 그랬을까. 마치 내 아버지가 우는 느낌을 받았다.

유리한 증거를 만들어서 조직적으로 대응하려는 쓰레기들이 여기있다. 살아남기 위해 물불 안가리고 덤비는 인간말종들이다. 본인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은 없다.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할 수 있는건 뭐든 한다.

회사 내 문제는 문제대로 잘 해결해야 되겠지만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는 조경식 대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엄단을 촉구하는 정영인에게 객관성을 잃었다며 호통친다. 조직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대표 답게 소름끼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회사 법무팀 변호사와 미팅을 갖는 진아. 변호사는 만들어낸 증거를 들이밀며 협박한다. 증거를 조작해서 마치 여자한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수작을 부린다. 이에 진아는 적극적으로 대항한다. 조직의 대응과 개인의 저항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진아는 준희가 맘 쓸까봐 몰래 이사했다. 부담을 주기 싫었다. 하지만 준희는 여자친구가 이사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못주는 무능한 남자친구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상의도 없이 이사를 해버린 진아의 방을 보고 분노했다. 진아 입장에서 준희의 방 보즘금까지 받아가며 좋은 집으로 이사가는 건 경선이를 볼 면목이 없는 일이었다. 각자의 입장에서 한 말과 행동들이 갈등을 점점 키우고 있다. 그러면 언젠가는 반드시 터진다.

진아는 생일날 승진했지만 파주 물류센터로 좌천됐다. 회사의 이미지를 고려해 일부 직원들은 승진시키고 진아를 멀리 밀어냈다. 조직의 생리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구는 피해를 입지만 누구한테는 오히려 기회가 되는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진아는 생일날 준희한테 목걸이를 선물 받았다. 준희가 자신을 향에 쏟아냈던 사랑이 진심이란걸 알고있다. 그러나 이별을 직감하고 슬프게 웃는다. 슬프면 차라리 우는게 낫지 참으면 가슴이 미어진다. 준희가 자신의 온 마음이 담긴 목걸이를 남긴 채 떠나려 하고있다. "미국에 가게 됐어. 같이 가." 그러자 진아가 담담하게 말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지금 당장 가자고 해도 따라 나섰을거야. 정말 그랬을거야. 근데 지금의 나는 너무 커버렸어. 서준희가 날 어른으로 만들어놨거든." 진아는 준희의 사랑을 받으며 더이상 미련하게 착해빠진 여자가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여자로 변화했다. 당면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피하는게 아니라 당당하게 맞서는 여자로 성장했다. "정말 안돼?" "미안해"
진아와 준희는 이별했다.


.
.

금보라는 퇴사 후 제주도에 내려가 자리를 잡았고 진아로부터 동생 승호의 청첩장을 받았다. 2015년 5월 준희와 헤어진 후 약 3년의 시간이 지났다.

3년이 지났지만 진아는 여전히 준희를 그리워한다.

3년 만에 진아와 준희는 승호의 결혼식에서 마주쳤다. 다른 남자 옆에서 불행해 보이는 진아를 보며 준희는 마음이 아팠다. 둘 다 서로를 외면한 채 엇갈리고 있다.
진아는 엄마가 골라준 껍데기 같은 남자들을 만나며 오랜시간 준희를 그리워하며 지냈고 준희 역시 진아를 못잊은 채 애써 인연이 아니라고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며 버텨왔다.
그러나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자 감정은 오히려 확실해졌다.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destint2135@gmail.com


어린지인 드라마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