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14회 - 홀로서기 -

2018. 9. 16. 13:20



진아한테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서 준희는 신호등 앞에 서있다. 녹색 불이 들어와서 건널 수 있는데도 마음이 너무 아파 머뭇거린다.

그런데 이제 빨간불이 들어와서 건너고 싶어도 건널 수가 없다. 진아를 향한 마음이, 준희가 처한 상황이 단 두 컷에 압축되어있다.

준희가 지엄마 빼닮은 모습을 보고 잘 큰 것같아 보기 좋았지만 왠지 자신 때문에 자식의 앞날을 망치는 것 같아 서럽게 울고있다. 자식을 버린 죄로 소식이 궁금해도 애써 무심한 척 했다. 그래도 궁금한건 애비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진아가 경선이 준희 소식을 몰래몰래 전해준다고 했을 때 반가워했던 이유다. 자식이 사랑하는 여자 입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하도록 만들고 나왔으니 몹쓸 애비가 자식의 인생마저 망치는 것 같아 속상해 울고있다.

진아의 부탁을 받고 아버지를 배웅하러 공항에 같이 왔다. 아버지는 준희에게 진아를 선택한 니가 안심이 된다며 두 사람을 응원해줬다. 아버지한테 "고맙습니다."하고 말을 하는 준희. 가장 힘들 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아버지가 진심으로 고마웠다.
진아는 이무렵 결혼까지 생각한 것 같다. 아무리 무늬만 아버지라 할지라도 연애하고 결혼하려면 싫어도 반드시 만나게 되어있다. 진아는 이걸 알고 있었고 배웅하며 가끔씩 연락주시라는 말을 건넸다. 

김미연(진아엄마)은 진아의 적금 통장을 던지며 "갖구 나가"하고 말했다. 진아가 적금 부어달라고 엄마한테 맡긴 돈이었다. 진아는 곧 독립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진아의 방은 이중성을 가진 공간이라고 말했었다. 혼자 있을 땐 편안하지만 부모의 간섭 때문에 불편한 공간. 준희와 함께할 때는 불안하면서도 행복한 공간. 그래서 늘 불안정한 방이었다. 언제고 반드시 나와야만 하는 공간이었다.

경선이는 가슴을 쥐어 뜯는 것처럼 아프다고 준희한테 말했다. 하나 뿐인 누나가 울자 준희는 말못할 아픔을 삼킨다. 준희한테 누나는 엄마같은 존재다. 누나가 대학을 자퇴하고 힘들게 번 돈까지 써가며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없어서 게임회사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참고 버티던 누나가 울음을 터트리자 준희 역시 슬슬 한계에 다다른다.

진아는 사유가 공개된 징계, 가해자 처벌을 원했다. 정영인은 각오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수도 회사에서 나가게 될 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진아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그녀는 만약 불이익이 생기더라도 절대 진아 혼자만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진아는 독립한다는 얘기를 꺼냈고 준희는 쫒겨나는 모양새를 눈치챘다. 왠지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한숨을 쉬며 힘들어한다.

"독립하고 싶어. 혼자 세상에 나가 볼래요." 진아가 독립을 선언했다. 세상에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진아는 '같이 살자'라는 준희의 제안에 이를 냉정하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 말을 진아한테 직접 전해들은 금보라는 깜짝 놀란다. 남자가 어렵게 꺼낸 말을 그런 식으로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금보라는 우려를 표했다.
진아 입장에서 준희와 같이 사는 건 오히려 갈등을 더 키우는 꼴이 될게 뻔했다. 부모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어지고 경선이를 볼 면목도 없어지는 일이었다. 

까발리고 처벌하려는 자, 감추고 덮으려는 자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회사내 성추행 문제는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

준희는 금기를 넘어온 그곳에서 혼자 울고있다. 울고있는 준희를 발견한 진아는 달려가서 꼭 안아준다. 진아의 손을잡고 웃으며 자신있게 건너온 금기였지만 이제 준희는 눈물 흘리고 있다. 진아와 준희의 사랑은 '금기'였고 시련과 고난은 부모의 격렬한 반대로 돌아왔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던 준희가 드디어 진아 앞에서 울고있었다.

준희는 대표와 면담하면서 미국지사에 최대한 빨리 나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대표는 도피성이냐고 물었고 준희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준희와 같이 집을 보러 다녔던 때가 있었다. 환경이 좋으면 집이 비쌌고 집 값이 싸면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그래서 준희는 같이 살자는 제안을 했고 진아는 이를 거절했다. 준희랑 같이 집을 보러다니면 제대로 집을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진아 혼자 집을 보러 다니다가 준희 모르게 집을 계약하게 됐다. 독립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미룰수 없는 일이었다.
진아는 부모의 집에서 나와 서울에 집을 구했고 준희는 한국을 떠나 미국행을 결정했다. 진아는 힘겨운 한국사회의 압력에 맞서 독립을 선언했지만 준희는 도피를 선택했다. 한국세상에 두 사람이 대응하는 방법과 방향이 갈라졌다.
이별이... 임박했다.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destiny213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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