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리뷰
[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4회 - 첫 여행 -
어린지인
2018. 6. 28. 17:31
서로가 일하는 공간에 상대방이 찾아왔을 때 둘은 똑같은 일을 경험한다. 느닷없이 동료가 들이닥쳐서 허겁지겁 당황하다가 택시태워 보내고 다시 회사로 전력질주한다. 그 모습을 창문을 통해 서로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웃는다.
2회에서 진아는 일단 불부터 켜고 준희를 찾으러 다니는 반면 준희는 1차적으로 진아가 서있던 자리에 들렀다가 불켤 생각도 안하고 허겁지겁 찾으러 다닌다. 난 이 두 장면을 굉장히 인상깊게 봤다. 여자는 아무리 급한 상황에도 냉정한 이성을 찾으려 한다면 남자는 감정이 앞서 막무가내다.
준희가 진아를 떠난 과정을 곱씹어 볼 때 진아는 상대적으로 이성적이었고 준희는 충동적이었다. 진아는 준희의 짐이 되길 원하지 않았고 아무리 힘들어도 곁에서 힘이 되어주길 원했다. 미국으로 함께 떠나는 것은 서로를 위한 길이 아니었음을 진아는 알고있었다.
전 남자친구가 가게에 찾아와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돌아갔다. 다치고 성추행 당할 뻔한 진아를 두고 경선은 마음이 아프다. 그러면서 모진말을 쏟아낸다. 당한는건 1등에 악소리 한번 낼줄도 모르고 착한건 자랑이 아니라 병이라고. 진아는 지금까지 남들이 보면 미련해 보일정도로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진아가 더 안쓰럽다. 그러나 진아는 준희를 만나 달라진다. 더이상 미련하게 착해빠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준희와 같이 간 당진출장. 진아는 공철구한테 더이상 탬버린 치고 불쾌한 스킨십 참는 그런건 안한다고 선언한다. 당황하는 공철구. 그러나 진아는 이런 말을 해본게 처음이라서 걱정도되고 불안하다. 그래서 준희한테 그냥 위로 받고 싶다. "잘했어"
드라마 상 처음으로 진아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상징적인 장면이다. 작지만 큰 변화가 앞으로 어떤 폭풍을 몰고오게 될 지 이 장면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다. 회사 내에서 성추행 문제가 불거지자 여직원들이 공동대응 할 것처럼 분위기가 흘러가더니 다들 쏙 빠지고 진아만 덜렁 혼자 남았다. 준희가 곁에 없는 상황에서 진아는 홀로 외로운 싸움을 3년이나 버텨냈다.
걱정하지 말라며 잘 헤쳐나가면 된다는 준희. 그러면서 이어지는 대사가 재밌다. "절대 후회 안하게 내가 잘할게" "믿어두돼?" "믿어도돼." "아니면?" "말구지" 장난처럼 던진 이 한마디는 현실이 됐고 어쩌면 무책임하게 진아를 두고 훌쩍 떠나버린 셈이 됐다. 말은 씨가 된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첫키스 씬. 근래에 드라마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키스 씬을 본적이 없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넋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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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한 누나를 집에 데려다 주고 물끄러미 사진을 바라보다가 불을 끄고 나가는 준희. 지난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이제 두 사람은 절대 과거의 절친사이로 돌아갈 수 없다. 상징적이면서도 강렬한 연출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런 연출을 사랑한다.
비오는 날 준희의 우산 속으로 성큼 뛰어갔던 진아가 이제 준희가 사는 집으로 쏙 들어갔다. 드라마에서 준희 집을 찾은건 이 씬이 처음은 아니지만 들어간건 처음이다. 두 사람의 공간이 된 준희의 집에서 이제 그 둘은 달콤하고 뜨거운 사랑을 나눌 것이다. 서로 좋아할 땐 열렬히 미친듯이 불사르는거라고, 뜨거워야하는 거라고 했듯이.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destiny213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