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리뷰
[리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12회 - 초록우산 -
어린지인
2018. 9. 16. 12:51
진아는 호텔에서 경선이를 우연히 만나 선보는걸 들켰다. 이해시키려고 했지만 경선이는 진아가 준희를 두고 몰래 선보러 나온 사실에 분노했다. 진아 집안에서 얼마나 경선네 집안을 개무시 하는지 준희 존재 자체를 인정 안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우연히 준희 아버지와 만난 진아는 같이 차를 마셨다. 준희의 소식을 물었지만 진아는 계속 죄송하다는 말만 했다. 버젓이 준희를 만나고 있는데도 선 자리에 나왔고 그래서 죄를 지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진아가 이별은 짧게 하자는 준희 아버지께 명함을 건넨다. 준희 소식을 넌지시 묻는 마음을 알아채고 먼저 손을 내민것. 자신이 준희네 소식을 몰래몰래 알려드린다고 하니까 준희 아버지는 좋아한다. 자식을 버렸기 때문에 그동안 소식이 궁금해도 쉽사리 연락하지 못했을 것이다. 준희와 연애하고 있는 이상, 부모란 아무리 미워도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되어있다. 그래서 연락처까지 건네며 마음을 쓴 것이다. 진아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준희는 누나가 두 사람의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속속들이 아는게 너무 싫다. 그 때문에 경선이가 너무 큰 상처를 받는게 싫어서 앞으로는 더 숨길거라는 준희. 준희한테는 누나에게 할 수있는 일이 그것밖엔 없다. 그 말을 듣고 경선이는 더 마음아파 한다. 준희 자신도 여러 일을 겪으며 애써 감정을 눌러 참고 있는 중이다. 나중에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터지고 만다.
준희와 함께 걸은 길을 이제 진아 혼자 걸어가고 있다. 이때 세찬 비가 내린다. 준희와 이별 한 후 홀로 고통과 시련을 견디며 지내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진아 혼자 잠시 비를 피한 채 서서 준희를 생각하고 있다. 15회 16회에 이르면 이 장면이 상징하는 공간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처음으로 독립해서 준희 없이 홀로 3년간 지내왔던 그 집. 준희에게 많은 상처를 줬던 그 집이다. 오랜시간 준희를 그리워하며 모진 세월을 버텨냈다. 그렇게 우두커니 서서 준희만 바라보며 애써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견뎌낸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준희와 진아는 초록우산을 함께 쓰고 비오는 밤거리를 걷고 있다. 즐겁고 낭만적인 그순간 차가 지나가면서 고인물을 흩뿌리고 두 사람은 빗물에 흠뻑 젖었다. 비를 피하고 싶었지만 예기치 못한 순간 둘 다 옷이 젖고 말았다. 진아는 준희와 함께 시련과 고통, 아픔을 막아내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등장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앞으로 사태는 이별을 향해 절정으로 치닫는다는 의미를 이 단 한 컷으로 표현했다.
비가 오는 데도 두 사람은 야외에서 함께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진아와 준희가 헤어지기 전 즐겁게 놀고 있다. 이 장면은 진아와 준희가 완전히 이별하기 전 마지막으로 즐겁게 놀았던 추억이다. 마지막회에서 3년 만에 다시 만났을 때 비슷하게 재현되는데 이 드라마가 구성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 단번에 짐작할 수 있다. 너무도 아름다운 씬이라서 한동안 넋을 잃고 감상했다.
내가 드라마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파트 현관 엘리베이터 씬 중의 하나이다. 진아와 준희가 힘겨운 만큼 사랑은 더 깊어졌고 너무나 아쉬워하며 헤어지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졌다. 모든 시련들이 괴롭고 힘들지만 이 때 만큼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진아가 회사에 복귀했지만 이미 여직원들은 다들 몸사리는 분위기이고 자신이 홀로 총대를 매는 상황이 됐다. 금보라는 이에대해 미안해하고 진아는 실명으로 진술서를 제출했다고 알려줬다.
진아는 준희의 사랑을 받으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조직의 저항에 밀려나 파주물류센터로 좌천되고 재판에서 승소하고도 상처뿐인 영광만 남았다. 회사내 성추행 문제가 이렇게 현실적으로 그려질 줄은 몰랐다.
준희가 중국으로 출장 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됐다. 진아는 처음으로 준희가 옆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함과 초조함을 느꼈다.
준희 아버지는 경선이와 준희한테 줄 선물을 들고 진아를 찾아왔다. 직접 건네는게 부담스러워 진아를 찾은 것. 진아는 전화를 받자마자 약속까지 취소하면서 준희 몰래 만나러 내려갔다. 이상한 느낌을 받은 준희는 진아가 퇴근한다는 연락을 하자 곧바로 1층으로 따라내려갔다. 아버지를 만나고 있는 진아를 발견하고는 처음으로 큰소리치며 화를 뿜어냈다. "그냥 와. 그냥 오라고. 오란 말 안들려!"
준희한테 아버지 문제는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되는 비밀의 방이었다. 건드리는 순간 자존감을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금기와도 같은 것. 카운터 펀치에 준희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인 작가, 영화평론가
destiny2135@gmail.com